안녕하세요. 삼성물산 빌딩사업부 빌딩2팀 래미안 조경 상품 전략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유혜인 책임입니다. 지난번 기사에서 래미안 조경의 디자인 전략 방향 및 트렌드에 대해 소개해드렸었는데요. 그러한 전략과 트렌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많이 보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와 시대를 앞서가는 트렌드를 제시하는 조경가의 창의력이 반영된 국내외 조경, 정원, 도시 등을 많이 찾아보고, 실제로 가보기도 한답니다.
세계 유명 작가들이 참여하여 조성한 정원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요. 오늘은 제가 직접 가본 멋진 정원 박람회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역사 깊은 정원박람회인 ‘영국 첼시 플라워쇼’와 매년 새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실험적인 정원들을 선보이는 ‘프랑스 쇼몽 정원 박람회’인데요. 지금부터 저와 같이 정원여행을 떠나 볼까요?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왕립원예협회 주관으로 매년 5월 마지막 주에 5일간 개최됩니다. 1804년에 설립된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영국 왕실의 공식 행사 기관으로서, 주로 정원 관련 교육, 홍보, 출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약 4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 협회는 1827년 치즈윅 가든을 시작으로 정원 전시를 시작했으며, 1913년 현재 첼시 플라워쇼 개최 장소인 Royal Hospital 행사장으로 이동하여 첼시 플라워쇼를 개최하기 이릅니다. 첼시 플라워쇼 뿐 아니라 카디프(Cardiff), 맬번(Malvern), 채스워스(Chatsworth), 할로우카(Harlow Carr), 햄프턴 코트(Hampton Court), 타톤파크(Tatton Park), 하이드홀(Hyde Hall), 로즈무어(Rosemoor), 와이즐리(Wisely) 등 다양한 쇼를 지역별, 시기별로 개최하고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쇼가 바로 ‘첼시 플라워쇼’입니다. 1일 15만명, 5일간 70만명 이상의 꽤 많은 관람객이 드나드는 큰 가든쇼로 입장료는 10만원 정도인데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티켓 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입장료는 쇼 한달 전에 거의 매진된다는 점! 관람하시려면 꼭 미리 예매하시길 바랍니다.
<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첼시 플라워쇼>
첼시왕립병원(Royal Hospital)은 시내 중심지 고급 주택가에 위치하며, 슬론 스퀘어(Sloan Square)역에서 내려 10여분 정도 걸으면 도착합니다. 슬론 스퀘어(Sloan Square)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첼시 플라워쇼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플라워쇼를 환영하는 각종 현수막과 광고 문구와 함께 역 주변에서는 ‘Tickets, Tickets’를 분주하게 외치는 암표상들, 도로 위를 달리는 행사용 마차와 광고 차량들이 즐비합니다. 첼시왕립병원(Royal Hospital)이 어딘지도 모르고 나왔지만 세계 각지의 관람객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눈치껏 따라 가면 행사 장소에 금방 도착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폭탄 테러(2015), 런던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 테러(2017) 등 유럽 전역 테러 위협으로 인해 요새 첼시 플라워쇼 입장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현재는 입장 전, 일일이 소지품 검색을 하고 있습니다.
쇼 기간 중에는 작가 인터뷰, 첼시 플라워쇼 현황 등이 영국 전역에 생중계됩니다. 44,500 ㎡(실내 온실 3,600평 포함) 면적에 Show Garden(유명 정원 디자이너의 작품, 첼시 플라워쇼의 메인 정원), Artisan Garden(신진 작가 소규모 정원), Great Pavilion(실내 온실, 화훼전시장), Crafts & Shops(정원 소품 직구매 장터) 등 4개의 구역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꽤 넓은 공간이지만 정말 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저처럼 업무로 간 경우는 관람객이 안 나오는 정원 사진을 찍기 위해 이른 시간에 도착, 필사적으로 무리를 뚫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하나라도 더 보려고 뛰어다니느라 분주하지만, 보통의 관람객들은 정말 쇼 자체를 즐기는 느낌입니다. 두 손을 꼭 잡은 황혼의 부부가 ‘Beautiful, Wonderful’을 외치며 정원 하나 하나를 꼼꼼히 오랫동안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영국인들의 정원에 대한 사랑과 여유도 느껴졌습니다.
< 첼시 플라워쇼 공간 구성과 2013년 첼시 플라워쇼 참석 당시 필자 >
저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4번의 쇼를 관람했는데요. 매년 다른 주제였지만 큰 틀에서 정원 트렌드가 변화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013~2014년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정원들이 주를 이뤘다면, 2016~2017년에는 텃밭, 치유, 농가정원 등이 더 많아지고 도심 정원은 IT와 결합하면서 더 고급화, 럭셔리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보니 점점 정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 2013~2014년 가든 >
< 2016~2017년 가든 >
다음 소개할 가든쇼는 ‘쇼몽 정원 박람회’입니다. 파리에서 240km 정도 떨어진 루아르 지방 고성지대에 위치한 쇼몽성에서 개최하여 쇼몽 정원 박람회라고 합니다. 파리(Paris)에서 투르(Tours)까지 떼제베(TGV)를 타고 약 한 시간 이동하고 나서도, 투르(Tours)에서 옹자인(Onzain)까지 터덜거리는 국철을 타고 약 30분간 더 이동합니다. 내려서는 대중교통도 없는 지역이라 루아르강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가야 하죠. 걷다 보면 루아르강 뒷편에 쇼몽성이 나타납니다. 워낙 시골이고 가는 차편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 쇼몽 정원 박람회를 갈 때는 이동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저는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쇼몽 정원 박람회를 다녀왔는데요. 갈 때 마다 교통편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2013년에 열차 지연으로 바로 환승을 못해 한참 기다리다가 탄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간이 새벽 2시, 깜깜한 투르(Tour)역에 도착해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상점 하나 없는 길을 덜덜 떨면서 간 기억이 나네요. 2014년에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비를 쫄딱 맞으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산 파는 데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루아강에서 바라보는 쇼몽성의 모습과 2013년 소명성 주변에 가든 전시, 참석 당시 필자>
이 박람회는 인지도가 낮은 쇼몽성의 관광상품화를 위해 지방정부 주도로 199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매년 4월에 오픈해 약 6개월간 전시(4~10월)를 합니다. 30여개의 정원이 나팔꽃처럼 생긴 개별 구역 내에 조성되며, 조성비용이 12,000유로(한화 약 2천만원)내에 한정됩니다. 매년 가을에 이듬해 박람회의 주제를 발표하고, 주제별 작품에 대한 디자인 공모(개략공사비 포함)를 하게 되죠. 이 중 심사위원이 선정한 정원 작품들이 조성공사를 마치고 다음해 4월부터 전시되고 있습니다.
35,000㎡ (약1만평) 내 단위정원 30여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유럽 내 조경, 원예 전문가들의 투어가 끊이지 않는 박람회로 ‘죄의 정원’, ‘감각의 정원’ 등 과감하고 혁신적인 조경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어 정원 전시계의 프레타 포르테라는 평도 듣고 있습니다. 정원페스티벌(Garden Festival) 외에도 현대미술작품이 전시된 역사공원(Historic Grounds)과 상시관람 공원(Pres du Goualoup), 쇼몽성, 부속동으로 구성되어 일반 관람객이 방문해도 충분히 볼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그러나 교통편이 불편한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네요.
< Historic Ground > : 규모가 큰 작품들이 수목과 함께 연출
< Garden Festival > : 공모결과 선정 작품 들의 전시
최근에는 많은 건설사설계사 조경 담당자들이 첼시 플라워쇼와 쇼몽 정원박람회 벤치마킹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것을 보았다 하더라도 느끼고 착안하는 지점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무엇을 도출하고 만들어오는 가는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최근, 사내에서 들은 강연 중 광고기획을 할 때 넘치는 아이디어들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낚는지는 낚시꾼에 따라 틀린데, 같은 장소에서도 어떤 낚시꾼은 물고기가 없다고 하고 어떤 낚시꾼은 월척을 낚아 가듯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보고 듣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보는 사람의 경험과 인사이트에 따라 같은 것을 봐도 다른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온다고 ‘모든 정원이 비슷해지는 거 아냐?’라고 묻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경디자이너 입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정원을 직접 봤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내가 보고 확신한 것에 대해 강력한 추진의지를 가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늘 어떤 정원들이 새롭게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이렇지 않을까 하고 갔는데,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조경 디자이너들이 국내에서도 좋은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래미안 조경도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조경 스타일을 만나기를 바래봅니다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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