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도 뭄바이 다이섹(India Mumbai DAICEC)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진언 책임입니다. 이번에는 특별하게 인도건설현장 중 다이섹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동료 랄릿씨의 하루를 일기로 표현해보았는데요~ 어떤 하루 일과가 펼쳐질지 함께 살펴볼까요? XD
“삐리리리 삐리리리”하고 새벽 5시 30분에 알람이 울리면, 손으로 대충 끄고 다시 눈을 감습니다. 5분이 지나면 두 번째 알람이 울릴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시 “삐리리리 삐리리리” 하고, 알람이 다시 울리면 그제서야 화장실로 몸을 옮겨 세수를 하고 옷을 꺼내 입은 뒤 나갈 채비를 합니다.
이때, 아내가 “허리는 괜찮아?”라고 물어보는데요. “응. 스트레칭 할 동안 간단하게 요기할 거 좀 챙겨줘”라고 답하며, 자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다시 힘이 솟는 것을 느낍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도건설현장 중 다이섹 현장에 근무하는 공사팀 건축마감 엔지니어 랄릿 샤르마씨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랄릿씨가 살고 있는 동네는 뭄바이 북쪽 ‘카시미라(Kashimira)’라는 동네입니다. 랄릿씨의 근무지인 다이섹 현장까지 가려면 집에서 차로 바얀다르(Bhayandar) 전철역까지 약 20분, 전철을 타고 현장 인근 역인 반드라(Bandra)역까지 1시간 20분, 다시 릭샤를 타고 반드라역에서 20분, 총 2시간 정도 걸리네요. 대부분의 동료들도 랄릿씨와 같은 출퇴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도착한 랄릿씨는 그날 시작할 일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20분 뒤면 공사 담당 김진언 책임이 꼼꼼히 오늘 일정을 확인하는데요. 가끔 귀찮기도 해 그를 피해 구내식당에 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기에 이제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로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침 8시, 안전조회로 시작되는 현장 일상은 한국이나 인도건설현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안전조회는 그날의 안전을 위해 해야 할 행동들을 점검하고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건설 현장은 일상생활보다 위험한 상황이 많아요. 이미 알고 있는 주의사항이라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안전조회가 끝난 후 랄릿씨는 작업 지역에 인원을 배치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오늘 배정받은 인원도 평소보다 부족하고 공도구도 부족한데요. 타 지역의 급한 일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소식을 현장 로지스틱 담당 아진키야(Ajinkya Deosakar)와 마힌다르(Mahendar Singh)으로부터 전달받았습니다. 비상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발주처가 긴급히 요청해서 동측 타워 지역에 급하게 가설 발판을 설치해야 하거든. 이해 좀 해줘”
“제 작업 지역의 일도 급한데 상의도 없이 그러시면 곤란한데요.”
하지만 이렇게 동료랑 투닥투닥 하며, 시간만 보낼 수 없겠죠? 바로 공사 담당인 김진언 책임에게 상황 설명을 하자 다시 공사 팀장과 상의 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잠시 후 마힌다르가 “랄릿! 추가 인원 데려가시오. 그리고 필요한 트랙터는 나중에 보내주리다.”라고 소리칩니다. 랄릿씨는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아마 세계의 어떤 건설 현장도 하루하루 쉽게 지나는 일은 없겠지요.
랄릿씨가 일하고 있는 다이섹 현장은 인도 뭄바이 지역에서 인도 최대의 컨벤션센터를 건설하는 현장입니다. 이 건물은 연면적이 778,340㎡로 축구장의 110배의 크기를 자랑합니다. 그렇다 보니 유휴 지역 없이 효율적인 인력 배치 및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침 8시 30분, 협력업체의 안전조회가 시작됩니다. 아침에 정리한 업무내용과 상이한 내용이 있는지 협력업체 관리자 그리고 반장과 간단하게 협의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긴장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바로 발주처와의 현장 패트롤 시간! 오늘도 발주처 유비(Ujjaljyoti Bhattacharya)씨는 쉽게 지나치지 않고, 갑자기 질문을 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는 슬래브 단부 보강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기둥 마감 작업을 위한 비계 설치 진행은 잘되고 있는 건가요?"
“다행히 인원 배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작업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설명을 들은 유비씨는 아무 말 없이 다른 공종에 대한 보고를 받습니다.
쉴 틈 없이 업무를 하다 보니 벌써 11시가 되었는데요. 랄릿씨는 매점에서 차 한잔 주문하고, 옆에 있는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잠깐이나마 여유를 즐깁니다. 이때, “띠링띠링” SNS 업무 채팅방에 메시지가 울립니다. 안전팀 직원 라주 파틸(Rajvardan Patil)씨로부터 온 메시지입니다. 직영 인력이 작업하고 있는 곳에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랄릿씨는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랄릿, 상부에서 콘크리트를 치핑(chipping) 하는데 하부 통제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밑에 통제를 담당하는 워치맨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라주씨가 말합니다.
“라주씨, 워치맨이 잠깐 급하게 화장실을 다녀온 거 같아요”
“잠깐 작업을 중단하던지 아니면 대체자를 두고 작업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같이 교육을 좀 진행하는 게 좋겠어요.”
새로 들어온 근로자들도 많아 오늘은 점심시간 후 전체 교육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12시 30분, 즐거운 점심시간입니다. 학생 때도 그랬지만 올해 35세인 랄릿씨는 여전히 점심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인도건설현장 뿐 아니라 한국의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점심 이후에 이어지는 짧은 낮잠 시간, 여기 인도에서도 하루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잠깐의 낮잠 시간 이후 사무실이 일제히 환하게 불이 켜졌습니다 저 멀리 김진언 책임도 다가옵니다. 김진언 책임과 바로 오전 작업 내용과 오후에 할 일을 확인합니다. ‘잠도 덜 깼는데 너무 이른 거 아니야?’라고 말할 뻔한 랄릿씨, 그렇지만 당연히 해야 할 업무라고 생각하니 다시 마음의 평화가 오네요. 이렇게 다시 랄릿씨의 오후는 시작되었습니다.
김진언 책임과 협의 후 현장을 돌며 작업의 시작 여부와 특이사항을 확인하고 협력업체 사무실로 이동합니다.
“싯다르트씨, 목업 자재는 다 도착했다죠? 근데 왜 설치를 안 하고 있어요?”
“시간이 좀 걸리는 작업이에요. 핸드레일 설치 전 바닥 프레임 설치는 오차 범위가 3mm 이내여서 정밀함을 요하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정말 죽겠네요”
뭔가 해결책을 달라는 느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고소작업 차량을 추가로 요청합니다. 마침 어저께 타 업체에 임시 대여 해 주었던 차량 한 대가 당사에 반납되었다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랄릿씨는 장비 담당 하리샤(Harisha)씨에게 전화를 걸고 차량 한 대를 추가로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요청을 해결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입니다. 이런 것이 “일하는 맛” 아닐까요? :-D
4시 반입니다. 공정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어김없이 주요 업무 파트너인 김진언 책임이 회의실에 같이 합니다. 오늘 진행됐던 업무내용과 남은 작업에 대한 예상 일정 등에 대한 내용을 협의합니다. 역시 오전 워치맨이 잠시 자리를 비운 건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인원 추가에 대한 열띤 대화가 오고 갑니다.
“랄릿, 오늘 안전 관련 이슈는 앞으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현장 정리 정돈 더 신경 써야 해요”
“추가로 인원이 배정된다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추가 인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라 그게 녹록하지 않다는 거 잘 알잖아요.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계획을 구역 별로 세워서 차근차근 정리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도록 하죠. 내일 아침에 계획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최근 안전시설물 점검 및 보수 작업을 추가로 시작해서 일손이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마냥 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습니다.
공정회의가 끝나고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다시 현장으로 나서 시계를 보니 오후 6시인데요. 이 시간은 작업자들의 피로가 가장 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입니다. 랄릿씨는 부지런히 야간작업 내용을 재확인하고 작업허가서에 따른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합니다. 게다가 최근에 시작된 몬순(계절풍)으로 인한 피해 여부도 체크해 야간작업팀에 전달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옵니다.
째깍째깍, 9시입니다. 랄릿씨는 부리나케 릭샤를 잡아타고 반드라역으로 향합니다. 9시 14분 기차를 놓치면 최소 30분은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또다시 긴 여정이 시작됩니다.
밤 11시 가까이 되어서야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랄릿씨! 매일 힘든 일과가 반복되지만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가장이라는 무게로 인해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큰 딸과 아들을 보며 웃고는 있지만 많은 생각이 든다고 하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지요.
“우리 아빠는 집에 잠만 자러 와”
씁쓸하지만 이유를 잘 설명하며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채근하는 랄릿씨! 이제 잠자리에 드는 랄릿씨와 가족, 더 나은 미래와 내일을 꿈꾸며 잠이 듭니다.
* 이 이야기는 랄릿씨의 하루 일지를 바탕으로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도와준 랄릿씨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인도건설현장 현지 직원의 입장에서 상상하며, 건설 현장의 하루를 써보았는데요. 어떤가요? 건설 현장은 대규모의 시설을 짓는 것이기에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이에 따라 더욱더 명확하고 꼼꼼하게 반복해서 업무를 해야 하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그 결과 돈독한 동료 관계가 형성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인도 다이섹 현장에서의 2년 남짓 동고동락한 랄릿 샤르마는 제가 본 직원 중 가장 성실하고 순수하며 끈기가 있는 직원입니다. 제가 평소에 업무적으로 엄청 귀찮게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그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랄릿에게 감사의 인사를 이 글을 통해 전합니다. 그리고 현지 직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해외현장, 그리고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인도 다이섹 현장의 직원들과 타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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