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C&T리포터의 중국이야기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방대한 국토, 세계 1위 인구수, 경제대국, 만리장성 등이겠지요. 하지만 중국 몇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56개에 달하는 민족이 각자의 문화를 가지고 다른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다양한 모습 중 다분히 중국적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과는 조금은 다른 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중국 윈난(운남, 雲南)성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 리장(여강, 丽江) 입니다.
<윈난성 리장(丽江) 소개>
중국 서남쪽 윈난성에 위치한 도시로 해발 2,400m에 있는 고산도시이며 차마고도의 출발지입니다. 윈난성은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과 접경지대이며, 25개의 소수민족이 거주하고 있어 소수민족의 천국이라 불립니다. 그 중 나시족의 거주지인 리장은 히말라야 자락인 옥룡설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로 중국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여행 명소 1위 지역입니다.
리장으로 떠나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있는 중국 시안에서 리장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30분 거리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리장을 가기 위해서는 윈난성의 성도 쿤밍(昆明)까지 직항으로 이동, 다시 국내선으로 리장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리장의 날씨는 일교차가 있긴 하지만 사계절 봄 날씨로 여행하기 최적의 기후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며 본 리장의 첫 인상은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 멀리 보이는 설산까지 마치 스위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저렴한 호텔에서도 이런 멋진 뷰를 마음 것 즐길 수 있습니다.”
윈난성은 고성(古城)도시가 많기로 유명한데요. 리장에도 크게 두 개의 고성이 있습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힐링을 원한다면 수허고성, 좋은 위치와 활기찬 중심가를 좋아한다면 리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리장고성에 숙소를 구하시면 됩니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좋은 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곳 리장도 숙소가 매우 저렴해서 10만원 정도면 깨끗한 시설과 멋진 뷰를 가진 5성급 호텔에서 숙박을 할 수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리장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맛보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요, 바로 윈난성 커피입니다. 윈난성은 예로부터 차(茶)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특별히 중국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윈난성에서 생산하는 커피가 중국 커피 생산량의 95%를 차지합니다. 차 재배지에서 생산된 커피라 그런지 맛이 부드럽고, 약한 산미를 가지고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수허고성 안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윈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기분입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커피도 마셨으니 첫 번째 목적지인 리장고성으로 이동했습니다. 리장고성은 소수민족인 나시족에 의해 세워진 구시가지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입니다.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어우러져 고성 입구에서부터 옛 나시족 마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집니다.
“고성 거리는 유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고성의 건물은 여러 민족을 융합한 나시족의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져 있는데요. 수로를 따라서 총 300여 개의 돌다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이러한 다리와 수로, 푸른 나무와 오래된 거리가 어우러져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곳은 1996년 큰 지진으로 인해 많은 건축물들이 붕괴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세계유산 등재 이후 빠르게 복구되어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고성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마을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데요. 숨차게 걷다가도 주변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풍경에 힘듦을 잠깐 잊을 수 있습니다. 전망대를 올라가다보면 귀여운 모양의 벽화들을 볼 수 있는데요, 나시족의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라고 합니다. 문자라고 하기에는 마치 아이들이 낙서한 듯 귀여운 모양입니다.
고성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만고루(万古楼)라 불리는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리장고성 가장 높은 곳에 세워져 있어 고성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만고루의 높이는 33미터인데 당시 나시족의 인구가 33만명인 것에 기인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만고루 옆으로는 전망대가 펼처져 있습니다. 고성 여행 일정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는데요. 직접 전망대에서 본 고성마을의 전경은 그야 말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완벽한 날씨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탁트힌 마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망대를 내려가다보면 고성 전망을 보며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저는 전망이 제일 좋아 보이는 라이브 카페에 들어가 라이브 음악과 함께 레모에이드 한 잔을 마셨는데요,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 잔 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리장고성의 매력은 밤이 되면 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낮의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느낌에서 밤에는 화려한 조명과 야경, 상인들과 행인들이 뒤엉킨 활기찬 야시장, 라이브클럽의 음악 소리가 어우러져 젊은 여행자들로 가득한 고성 안은 축제분위기로 바뀝니다.
시끄러운 클럽거리 한 켠에는 연등을 팔고 있는 상점도 볼 수 있습니다. 각자의 소원을 담아 리장고성 수로변에 연등을 띄어 보내기도 합니다. 화려하고 다양한 모습이 매력적인 고성의 밤거리를 만끽하며 리장 여행의 첫 날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리장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항상 사진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웅장한 모습으로 도시 전체를 품고 있는 나시족의 성산, 옥룡설산(위롱쉐산, 玉龙雪山)입니다. 옥룡설산은 해발 5,596m에 13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히말라야 산맥 끝자락으로, 산에 쌓여 있는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 용이 누어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붙혀진 이름입니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바위산에 갇혀 벌을 받았던 산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여행의 두 번째 일정으로 리장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옥룡설산 투어를 떠났습니다.
옥룡설산은 세계적으로도 험준하기로 유명한 산입니다. 최고봉인 ‘편자두’는 에베레스트보다 낮지만 아직 사람의 손길이 한 번도 닿은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하네요. 등산으로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가장 쉽게 옥룡설산을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케이블카 승차장까지 차로 이동하여 4,506m에 위치한 빙천공원까지 케이블카로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빙천공원은 일일 입장인원 제한이 있어 반드시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산으로 가까이 갈수록 옥룡설산의 웅장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옥룡설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있습니다. 바로 추위를 대비한 방한복과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대를 대비한 산소통입니다. 투어를 예약하게 되면 대부분 방한복과 산소통이 포함되어 있으며, 개인적으로 가는 경우 휴게소나 매점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너도 나도 입고 있는 새빨간 방한복은 이곳이 중국임을 강하게 인지시켜 줍니다.
차량을 두 번 갈아타고 케이블카 승차장에 도착하면 슬슬 몸이 무거워지고 호흡이 가파지기 시작합니다. 이곳 승차장도 해발 3,5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황한 저는 연신 산소를 흡입하기 시작했고, 한 통 밖에 없는 산소통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할 틈도 없이 금방 줄이 줄어들고 케이블카를 탑승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옥룡설산의 멋진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깎아지는 암벽과 온통 눈으로 덮인 설산의 모습은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과거 여행지를 생각해보면 흡사 유럽여행 당시 갔었던 알프스에 오른 느낌과 비슷하면서도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구름을 뚫고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케이블카를 보면 사람이 어떻게 이걸 만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만 설산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꾸준히 산소를 흡입하여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산병에 약하신 분들은 반드시 고산병 약을 미리 복용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해발 4,506m의 빙천공원에 도착하면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산소부족으로 혼미했던 정신을 번쩍 들게 합니다. 주위에는 온통 얼음과 눈으로 뒤 덮여 마치 겨울왕국에 온 기분이 듭니다. 이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다가 광대한 자연에 압도되어 이내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카메라가 아무리 열일을 해도 이 장면을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빙천공원은 흐리거나 비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제가 갔을 때는 구름 한 점 보기 힘든 맑은 날씨여서 설산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옥룡설산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합니다.
빙천공원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산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한 에메랄드 빛 호수가 펼쳐집니다. ‘람월곡’이라 불리는 이 곳은 만년설이 녹아 내린 물이 내려와서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빙하가 녹은 물에는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어 물 색깔이 에메랄드 빛깔을 띤다고 하는데요. 비가 올수록 이 빛깔은 더 진해진다고 합니다.
람월곡은 구간별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은 호숫가를 지나면 미니 폭포가 나오고, 조금 더 내려가면 백수하(白水河)라 불리는 축소판 터키 파묵칼레의 석회 온천과 같은 형태의 계단형 지형이 나타납니다.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아름다운 호수는 현지 사람들의 웨딩촬영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호숫가 옆으로는 윈난 지역의 명물인 야크를 볼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털로 뒤 덮인 야크는 이 곳 옥룡설산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꽃 단장한 귀여운 야크를 타고 호숫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체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람월곡을 지나 옥룡설산 여행의 마지막이자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인상여강(印象丽江) 공연을 보러 갈 시간입니다. 이 공연은 중국의 대(大)감독인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공연으로 옛 차마고도의 경유지였던 리장 소수민족의 삶과 애환을 그린 공연입니다. 이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특별한 공연장 때문인데요. 해발 3,000m에 위치해있으며 무대 뒤로 펼쳐진 병풍처럼 펼쳐진 옥룡설산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사선형으로 만들어진 무대에 배우들이 입장하면서 공연이 시작되면 배경과 함께 몰입감이 살아나기 시작하는데요, 무대연출자의 뛰어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상여강의 총 배우수는 500명이 넘는데 이들 대부분은 전문 배우가 아닌 리장 현지에 사는 나시족, 장족, 이족, 이수족 등 소수민족 농민들이 직접 출연하는 공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의 퀄리티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삶 자체에서 나오는 애절함이 묻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연의 내용은 총 6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차마고도의 험준한 길로 떠나는 남자들, 그리고 남아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는 여자들의 모습과 소수민족 전통 노래와 춤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말 위에 올라서서 소리를 지르며 모자를 돌리는 모습은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공연의 마지막은 공연자 모두가 함께 나와 옥룡설산을 향해 기도하는 장면입니다. 대자연 앞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소수민족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인상여강 공연을 끝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던 옥룡설산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가운데 큰 바위가 바로 호랑이가 딛고 협곡을 건너뛰었다는 바위인 호도석(虎跳石)입니다.”
숙소에서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또 다시 아침 일찍 다음 행선지를 향해 몸을 옮겼습니다. 리장에서의 세번 째 일정은 호랑이가 건너 다녔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협곡, 호도협(후타오샤, 虎跳峽)입니다. 리장에서 북쪽으로 50여 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호도협은 포수에게 쫓기던 호랑이가 금사강(장강,長江) 가운데 있는 돌을 딛고 강을 건넜다 해서 이름 지어진 협곡입니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2시간을 아찔한 산길을 달려 호도협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상(上)호도협에 도착했습니다. 호도협의 상징인 호랑이동상과 호도석을 보려면 가파른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합니다. 협곡에 도착하면 강한 물살이 굽이치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웅장하게 들려옵니다.
“계단 앞에는 화려한 꽃무늬로 치장한 가마부대가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호도협을 둘러 보고 다시 돌아가려고 하면 깍아지는 절벽 옆으로 1,200개의 계단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날 엎고 올라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런 심리를 이용해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거 ‘무한도전’이라는 TV프로에 극한알바로 소개된 적이 있는 가마꾼입니다. 가마를 타고 올라가는데 150위안, 한국 돈으로 2만 5천원 정도인데 두 명이 가마를 짊어지고 오르는 노력을 생각하면 비싸게 느껴지지 않지만 막상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호도협을 보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요, 당일 호도협 관광코스와 1박 2일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도협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려면 반드시 호도협 트레킹을 선택해야 합니다. 험준한 차마고도의 옛 길을 걸으며 설산과 아찔한 협곡의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습니다. 호도협 트레킹 코스는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히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적이 있는 곳입니다.
<차마고도>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중국 윈난성 지역을 중심으로 차(茶)와 말을 교역하던 중국의 높고 험준한 옛길을 말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로 알려져 있으며, 이 길을 따라 중국산 차와 티베트산 말이 오가며 교역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길이가 약 5000㎞에 이르며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높고 험준한 길 때문에 고대에는 죽음이 길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눈에 덮인 5,000m 이상의 설산(雪山)들과 아찔한 협곡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며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상호도협을 둘러보았으니 이제는 진짜 호도협 트레킹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버스에서 빵차(산악전문차량)로 갈아 타고 호도협 트레킹의 시작점인 나시객잔으로 갑니다. 객잔(客棧)은 게스트하우스라고 보시면 되고 간단한 식사와 숙박을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호도협 트레킹 구간은 포인트마다 객잔이 있어 식사나 숙박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1박 2일 트레킹 코스 중 첫째 날는 출발지인 나시객잔에서 28밴드 구간을 거쳐 차마객잔에 도착해 1박을 하는 코스로 총 3~4시간 소요되는 트레킹 일정입니다.
“옛 차마고도의 길이라 그런지 말과 마부들을 자주 보실 수 있습니다.”
나시객잔에서 출발하여 산을 오르다 보면 멀리 상호도협의 풍경과 설산의 풍경을 보며 걸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걷다 보면 어느 덧 ‘죽음의 28밴드’ 구간에 다다르게 됩니다. 고산지대에서 그냥 걷는 것 만으로도 숨이 차오르는데 구불구불 험난하고 위험한 오르막길은 왜 죽음의 28밴드라고 불리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올라가다 보면 멀리서 홀연히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말과 마부가 다가옵니다. 가장 힘든 구간에서 타이밍 좋게 나타난 마부는 “말 타! 말 타!”하고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합니다. 당장이라도 타고 올라가고 싶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차마객잔에 도착한 늠름한 모습의 (구)중국 X2-PJT 건축팀 소속 정재영 선임.”
그렇게 힘겹게 호도협 길을 따라 세 시간 가량을 걷다 보면 목적지인 차마객잔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장엄하게 펼쳐진 풍경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 오늘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차마객잔은 깨끗한 공기와 주변에 조명이 없는 환경 덕분에 별이 잘 보이는 장소로 유명한데요, 이 날은 흐린 날씨 때문에 별을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저녁에는 시원한 맥주와 함께 객잔식 만찬을 즐겼는데요, 윈난성의 명물인 야생버섯 요리는 특히 일품입니다. 이 곳 객잔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한식 매뉴도 먹을 수 있는데, 특히 닭백숙에 깍두기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다음 날 일정을 위해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호도협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자타공인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곳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부터 출발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신선한 아침공기와 함께 중도객잔을 향해 가다 보면 산비탈을 따라 자리잡은 조그만 협곡마을을 볼 수 있습니다. 구름 덮인 협곡의 풍경과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 마을의 모습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차마객잔에서 2시간 정도 걸으면 “Half Way”라 불리는 중도객잔(中道客棧)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객잔 앞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면 연기처럼 피어나는 구름과 장엄하게 펼쳐진 협곡이 조화를 이루어 숨막히는 듯한 장관이 펼쳐 집니다.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한참을 멍하니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연기처럼 피어나는 구름의 신비로운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광경 중 하나입니다.”
중도객잔을 뒤로 하고 호도협 트레킹의 종착지인 티나객잔으로 떠났습니다. 중도객잔에서 티나객잔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길이라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길 중간에는 관음폭포라 불리는 폭포가 하나 있어 트레킹 막바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점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합니다.
리장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티나객잔에 도착했습니다. 짧은 트레킹 일정이었지만 무엇보다 강한여운이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구간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무사히 호도협 트레킹을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시 숙소로 복귀하였습니다. 열심히 걸으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으니 이제 배를 채울 시간입니다.
1) 윈난사람들의 소울푸드, 미시엔(米线)
윈난성 사람들이 사랑하는 소울푸드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두말할 것도 없이 ‘미시엔’입니다. 흔히 쌀국수 하면 베트남을 생각하지만 윈난성 사람들 또한 쌀국수가 주식입니다. 뜨거운 닭육수에 얇은 쌀국수를 데친 후 야채와 고기 등 다양한 고명을 올려 먹는 음식입니다.
<미시엔(米线)의 유래>
미시엔의 유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 윈난성에 과거를 준비하던 서생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현숙한 아내가 있었습니다. 다리 건너 오두막에서 공부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음식을 가져다 주었는데, 음식이 도착할 때쯤이면 따뜻한 음식이 다 식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공부하느라 건강이 나빠져 가는 남편의 위해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아내는 묘안을 생각해 냅니다. 신선한 야채와 면은 쟁반에 따로 담고, 뜨거운 육수는 온도가 유지되는 토기그릇에 담아 남편에게 가져다 준 것이죠. 남편은 이 따뜻한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이어 장원급제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리를 건너는 쌀국수(过桥米线)’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합니다.
윈난성 사람들의 주식답게 가격도 매우 저렴한데요, 맛있는 미시엔을 단돈 1,500원 ~2,000원이면 맛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도 마라탕을 이을 차세대 중국 대세 음식으로 중국식 쌀국수 미시엔이 뜨고 있다고 하네요.
2) 윈난 사람들의 보양식, 야생버섯 샤브샤브
히말라야 산맥 자락에 있는 윈난성은 그 험준한 지형과 드넓은 원시림 덕분에 희귀한 식물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귀한 식용 야생버섯들이 많이 나는데요, 최고의 보양식으로 유명한 귀한 자연산 송이버섯에서부터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트러플, truffle)까지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맛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버섯 요리 중 한국 사람에게 가장 잘 맞고, 맛있어던 음식은 바로 야생버섯 샤브샤브입니다. 한국에서 자연산 송이를 한 번에 2~3점씩 먹는다면 부모님께 바로 등짝을 맞을 상황이지만, 이곳에서는 송이버섯, 송로버섯 할 것 없이 마음 것 냄비 속으로 들이부어 먹을 수 있습니다. 야생 버섯을 듬뿍 넣고 끓여내면 진한 버섯의 향과 국물맛이 일품입니다. 리장 여행 중 가장 맛있었고 한국 사람 입 맛에도 잘 맞는, 두고두고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3) 다양한 소수민족 전통 음식들
윈난성은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사는 만큼 음식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 곳에서는 윈난성 특산물로 만든 전통 요리들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음식은 야크젖으로 만든 치즈 입니다. 치즈를 얇게 만들어 중간에 장미로 만든 잼을 넣고 돌돌말아 튀겨 먹는 음식인데요, 야크젖으로 만들어 일반 치즈보다 몇 배나 고소한 맛입니다. 그리고 말린 갈비로 만든 담백한 훠궈도 리장에 온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입니다.
저와 함께 떠난 중국 윈난성 리장여행은 어떠셨나요? 리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갔었던 흑룡담 공원의 장면을 마지막으로 윈난성 리장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곳은 옥룡설산에서 내려온 물이 호수를 이룬 곳으로 나시족 전통 건축물과 호수에 비친 설산과 하늘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요, 멀리 보이는 옥룡설산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였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 윈난성 리장 여행은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지입니다. 멋진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고성마을, 저렴한 물가, 수많은 볼거리와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까지 여행의 모든 요소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에도 미디어와 SNS를 통해 리장의 아름다움이 많이 소개되면서 요즘 대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하죠. 여러분들도 지금까지 알던 중국과는 다른 리장의 매력에 빠져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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