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스타 건축가 3명이 만들어낸 삼성미술관 리움 중 렘 콜하스(Rem Koolhaas)의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설계한 리움 뮤지엄 1을 앞서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시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는 검은색 외장재로 마감되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살펴볼수록 세련된 공간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의 노력을 찾을 수 있는 뮤지엄 2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Jean Nouvel – 사진출처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건축가 장 누벨 Jean Nouvel 은 프랑스 출신으로 에콜 데 보자르를 수석 입학했으며, 1983년에는 예술가와 문학가에게 주어지는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이 건축가의 인터뷰 중 설명적인 내용을 이야기할 때는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감성적인 설명을 더해야 할 경우에는 영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니 프랑스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는 것을 들었을 때가 무척 인상 깊었는데요.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지는 감성적인 표현 가능성의 차이만큼, 공간에 많은 감성이 실려 있다고 생각됩니다.
장 누벨은 매번 설계할 때마다 건축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같습니다. 그의 건축에서는 형태적인 특징이나 외장재 등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내기가 어렵답니다. 대신 공간을 살펴본 후 장 누벨이 설계한 것을 알게 되면 역시 장 누벨의 건축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데요. 왜 이 건축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일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건축가의 다음 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건축에는 정확하고 유일한 답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무수히 많은 딱한 답들과 수없이 많은 흥분시키는 답들이 있을 뿐입니다. 실현할 수 있는 답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런 답은 뜻밖에도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명백하지만 역설적으로 해독할 수 없곤 합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 사진출처 : 박정연 촬영>
장 누벨의 건축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아그바 타워나 파리의 아랍문화원처럼 독특한 형태나 재료의 사용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존의 건축물이나 다른 건축물과 어울려야 하는 경우에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물을 최대한 단순하고 조용하게 느껴지게 하여 다른 건축물을 돋보이게 하기도 한답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전시하고 있어서 유명한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는 증축된 부분을 단순하고 어두운 외장재로 계획하여 기존 건물이 더 드러나도록 하였으며, 리옹 오페라하우스는 기존 건물의 입면을 살리고 수직증축 부분을 최대한 단순한 형태로 계획하였습니다. 이러한 건축가의 성향이 리움 미술관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도 작용하여 다른 건축가의 건물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뮤지엄 2는 다른 2명의 건축가의 작품들과 잘 어우러져야 했습니다. 또한, 뉴욕의 현대미술관이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의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나 프란시스 베이컨의 3부작 등) 작품들을 소장하고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가는 자신의 건물이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것 보다는 단순하고 배경이 되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식 스테인레스 철판은 일반적인 건축재료가 아닙니다. 직역하면 ‘녹슨 녹슬지 않는 철판’이 되는 재료명은 언어 유희가 아닌가 할 정도로 역설적입니다. 건축가는 이 재료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과 오랜 실험을 거쳤고, 결국 ‘블랙 파티나(black patina)‘라는 이름을 가진 흑화 피막을 가진 스테인레스 스틸을 개발해냈답니다.
<부식 스테인레스 철판외장재와 전시박스 – 사진출처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이 외장재를 사용하여 지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포스트텐션 공법이라는 기둥이 없이 큰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공간 속에 여러 개의 박스들이 들어있는 모습으로 계획되었는데요. 이러한 박스 형태는 많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벽면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박스와 박스 사이 공간은 외부를 내다보는 창으로 계획할 수 있어서 전시 관람 도중에 외부 풍경을 잠깐씩 바라보게 하는 기능을 가지게 됩니다.
뮤지엄2는 지상 부분도 있지만, 지하에도 큰 공간을 가지고 있답니다. 때문에 기존 지형을 파고들어 가서 건축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형성된 지하 벽면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형상화 했답니다. 지하층와 대지 사이에 공간을 두어 지하층에 채광과 환기를 가능하게 하는 부분을 썬큰 가든(Sunken Garden)이라고 부르는데요, 뮤지엄2에도 이러한 썬큰 공간을 만들어 지하층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개비온 월로 구성된 선큰가든 – 사진출처 : 리움미술관 홈페이지>
썬큰을 구성하는 벽면에는 대지를 파내면서 나온 암반석을 잘게 쪼개어 철제 프레임에 담은 ‘개비온(gabion)’으로 구성했는데요, 기존 땅의 흔적을 사용한 것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재료는 건물의 외장재인 부식 스테인레스 철판 및 유리와 잘 어울리는 무채색의 미니멀한 표정을 가지고 있어서 전체 건물의 느낌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는 뮤지엄2를 마지막으로 리움미술관의 3개 건축물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 글을 통해 3명의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건축적 성취를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한 미술관을 더욱 의미 있게 관람하실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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