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의 외관 전경 ⓒBangladesh Parliament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Dhaka)에 있는 국회의사당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회의사당이기도 하지요. 국회의사당은 마치 고대 요새와 같은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습니다. 원, 삼각형, 사각형의 단순한 기하학 도형들은 건축물에 웅장함을 더해줍니다. 또 의사당 주변의 인공호수와 함께 보면 마치 물위에 떠 있는 듯 보입니다. 

다카의 국회의사당이 갖는 강렬한 이미지는 외관에 그치지 않습니다. 내부 공간도 기하학 도형의 벽체들로 이뤄져 있지요. 의사당의 내부 사진을 보고 있자면 신화 속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형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건축 재료의 특징이 극대화되는 구조와 공간자체에도 있지요. 국회의사당의 주요 재료는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재료인 철근 콘크리트입니다. 콘크리트라는 재료의 특성을 두꺼운 벽체로 나타냈지요. 의사당의 벽체는 벽면 자체가 하중을 받는 내력벽입니다. 수직으로 선 벽체를 강조하고 있는 의사당에는 기둥이 없습니다. 동시대 건축가들이 기둥과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와 외부가 연결된 듯한 트인 공간감을 만든 것과 정반대입니다. 의사당은 콘크리트의 두꺼운 벽으로 공간을 명확히 구분 짓고 있습니다. 



기하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국회의사당 내부 ⓒwikimedia



국회의사당의 건축가인 루이스 칸은 ‘건축의 본질’을 고민하는 건축가였습니다. 현대건축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표어를 가지고 기능을 중시했다면, 칸은 ‘형태란 본질의 깨달음’이고 형태가 기능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는 생각을 하였지요. 다카의 국회의사당은 건축가의 이러한 철학이 극명히 드러난 건축물입니다. 국회의사당의 형태는 의사당의 구조와 재료, 나아가 국회의사당의 본질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전과 같은 고대의 유적들은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요. 다카의 국회의사당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않나요? 루이스 칸은 고대 유적의 존재감은 재료와 구조, 공사 과정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아치, 볼트 같은 고대의 건축 방식들을 재해석하고 콘크리트라는 현대적 재료로 구현했지요.



건축가 루이스 칸(왼쪽)과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의 남쪽 입구(ⓒNaquib Hossain/Flickr)



국회의사당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하얀 선도 건축가가 추구하는 목표를 보여줍니다. 루이스 칸은 건축 과정 자체를 흔적으로 남기고 표현하려 했습니다. 건축물의 장식이란 건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 보았지요. 칸은 의사당의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푸집 줄눈에 흰색 대리석을 붙였습니다. 지금과 같은 콘크리트 타설 장비가 없던 이 때에는 모든 일에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거푸집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나르고 다짐하는 건설 과정은 국회의사당 벽체에 흰 선으로 기록되었지요. 



사진가 Grischa Rüschendorf가 2014년 발간한 <Louis Kahn | House of the Nation>에 담아낸 국회의사당과 본회의장 내부(ⓒGrischa Rüschendorf/behance)



국회의사당의 기본 평면은 8각형입니다. 8각형 평면의 중앙에는 354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인 본 회의장이 위치하지요. 8각형 평면의 바깥으로는 4개의 사무실과 함께 여러 용도의 공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무실은 4개의 면에 대칭을 이루며 하나씩 자리 잡았고, 입구, 기도실, 카페테리아, 휴게실 등은 사무실 사이에 다양한 형태로 위치했습니다. 의사당의 입구 반대쪽에는 기도실이 있습니다. 기도실은 건물의 대칭축에서 약간 틀어져 있습니다.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를 향하도록 하였기 때문이지요. 대칭으로 배치된 공간들은 안정감을 줍니다. 그리고, 중간의 변형된 공간들이 지루할 수 있는 건물 평면에 활기를 주지요.



국회의사당 평면도(ⓒA+U. ARCHITECTURE AND URBANISM. Extra Edition. Louis I, Kahn Novembro 1983. Tóquio, Japão. p.92)와 본회의장 천장(ⓒRaymond Meier Louis Kahn Dhaka)



국회의사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본 회의장입니다. 건물 중앙에 자리한 본 회의장은 천창이 공간을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본 회의장의 평면은 지면에서는 16각 형태이고 높아지며 8각형 모양이 됩니다. 천장에서는 8각형 모양의 천창을 통해 빛이 내리며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지요. 

빛을 사용한 연출은 의사당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두꺼운 벽체로 어둑한 실내는 삼각형, 원형, 사각형, 아치형의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이 밝혀줍니다. 시간에 따라 다양한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지며 실내공간은 매시간 다른 공간이 됩니다. 루이스 칸이 ‘빛과 침묵의 건축가’라 불리는 이유지요.


루이스 칸은 1962년부터 1974년까지 10년이 넘는 긴 기간 국회의사당의 설계에 매달렸습니다. 칸은 1974년 사망하며 국회의사당은 그의 유작이 되었지요. 국회의사당은 그가 죽은 후로도 9년이 지난 1983년이 되어서야 완공되었습니다. 루이스 칸은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고, 국회의사당은 아직까지도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로 남아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후면 전경 ⓒWikimedia



독립전쟁과 군부 독재 등을 겪은 방글라데시의 현대사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면을 지녔습니다. 1971년 전쟁을 치르며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하지만 1975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뒤 군사정권이 들어섰지요. 1981년 군부 대통령이 암살되었지만, 군사정권은 유지되었고 1990년이 되어서야 민주화 운동으로 군사정권이 퇴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계속된 군부 독재의 잔재는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의회는 무력해졌고, 지금까지도 정경유착과 세습정치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실제로 2018년 방글라데시의 부패인식지수는 180개국 중 149위로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는 심각한 형편입니다. 정치적 부패는 가난과도 무관하지 않지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소개되고 있는 것과 다르게 방글라데시는 빈곤과 기아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입니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국회의사당은 건축가의 염원대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웅장한 건축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의 정치는 건축가의 이상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네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회의사당에서 기득권 정치세력의 계급화와 부패가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원문 : 한국건설기술인협회지 ‘건설기술인’, 2020년 3∙4월호














댓글을 달아 주세요



건설 부문 홈페이지 페이스북 대학생 기자단 블로그 전사 홈페이지 영문 뉴스룸 링크드인 유튜브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