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근질근질, 코로나19에서 해방되는 순간 당장 가봐야 할 서울의 새로운 공간들. 

최근 서울 도심 공원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 잠원한강공원 서울웨이브아트센터


잠원한강공원 복합문화공간 서울웨이브아트센터 외관과 내부. 카페 커피웨이브에서는 통유리창을 통해 한강을 조망한다.



올해 1월 개관한 따끈따끈한 힙플. 잠원한강공원은 여타 한강공원들보다 접근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복합문화공간 서울웨이브아트센터(이하 서울웨이브)가 들어서며 더욱 생동감 넘치는 곳이 됐다. 멀리서 보면 한강 위에 둥둥 떠있는 크루즈처럼 보이기도 한다. 외관을 파도처럼 조형한 게 특징인데, 하얀색 패널과 유리의 조화는 마치 한강에 비친 반짝이는 햇빛, 윤슬을 표현한 듯하다. 특히 주목할 공간은 ‘뷰 맛집’이라고 부를 만한 카페 ‘커피웨이브’. 통유리를 통해 내부에 쏟아지는 채광은 순수 자연 조명으로 톡톡한 역할을 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꾸민 인테리어는 창밖으로 공원 풍경과 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계단으로 이어지는 2층은 예술극장처럼 난간 형태로 조성했다. 배로 치면 가판대에 해당하는 건물 바깥에도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바깥의 상쾌한 공기를 누리기에도 그만이다. 서울웨이브 개관전으로 4월까지 진행하는 <환상의 에셔展-에셔의 방>은 네덜란드의 판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작품 세계를 공감각적으로 풀어낸 전시. 메타픽션 요소가 가미된 뫼비우스 형태의 작품들이 에셔의 대표작인데, 그는 기하학적 원리를 2차 평면 종이 위에 풀어냈다. 그래픽 디자인과 건축 설계, 초현실주의 같은 예술사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계단, 거울 등을 활용해 건축 모형처럼 꾸민 전시 공간은 마치 에셔의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한강에서 즐기는 카약 체험도 운영해 공원 산책과 동시에 문화 레저 생활까지 모두 잡을 수 있다.


http://www.seoulwave.co.kr/



음악섬에서 둥가둥가 뛰어놀자, 노들섬


음악 특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노들섬. 작년 가을 개관했을 무렵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 노들섬(JUNLEEPHOTOS, ANS21) / 장은주



지금의 노들섬, 100년 전의 중지도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위해 만든 인공 섬이다.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을 뜻하는 노량진에서 유래한 노들강의 이름을 붙여 1995년 지금의 노들섬이 됐다. 사유지였던 섬을 2005년 정부가 매입했지만 마땅한 쓰임새는 없었다. 그나마 노들섬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서울 도시 농부들이 텃밭으로 일구면서부터다. 그런 노들섬이 서울시의 ‘잘 생겼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년 말 새롭게 태어났다.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위한 섬으로 말이다. 건축 설계는 시민들이 24시간 방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평평한 섬지형과 조응하도록 건물들을 낮게 지어 한강과 나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구름다리를 놓았고 동쪽엔 대관 시설을, 서쪽은 복합문화공간과 콘서트홀을 조성했다. 잔디든 계단이든 어디든 편히 앉을 수 있어 앉은 자리가 곧 ‘판’이 된다. 너른 잔디마당과 야외 콘서트 공간, 뮤직라운지 ‘류’, 공공도서관 역할을 하는 ‘노들서가’, 도시 속 작은 식물원을 표방한 ‘식물도’, 그 외 식음료 및 굿즈 상점과 편의 시설을 갖췄다.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바뀌기도 하며, 변하는 계절과 입점 브랜드들의 성향에 따라 시시각각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니, 인스타그램을 유심히 살펴보자.


http://nodeul.org/



2020년의 뉴-갬성, 세운상가


제조업 상가들로 빼곡한 세운상가 곳곳에 젊은 층을 위한 공간도 새롭게 들어섰다. 유리 지붕이 돋보이는 내부 중정, 사무실은 여전히 장인들의 보금자리로 쓰인다.  



‘다시세운프로젝트’로 재탄생한 세운상가. 최근엔 드라마 <부부의세계> 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기전자 제조업의 굵직한 뼈대를 담당하는 곳이다. 서울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으며, 그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공중 보행로를 구축했다. 실제로 르 코르뷔지에 못지않게 옥상 정원, 유리지붕, 퇴계로3가부터 종로3가까지 보행자 도로를 마련하는 입체도시를 꿈꿨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도 현재 대림상가, 청계상가까지 연결된 건축물은 남아있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갈수록 쇠퇴하는 을지로 일대를 서울시는 새롭게 단장해 젊은 층을 위한 제조업 분야의 스타트업 성지로 만들었다. 오랜 기술력을 가진 을지로 장인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스타트업 인재들을 엮어 세운상가를 다시금 ‘세상의 기운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힙지로’ 을지로의 중심이 된 세운상가, 대림상가 일대에선 이제 심심찮게 20대들을 만날 수 있다. 납땜을 하는 상가 바로 옆엔 독립책방과 인디 예술가의 전시관, ‘힙한 갬성’을 물씬 풍기는 카페들이 들어섰다. 도로 하나를 놓고 종묘와 마주한 세운상가 광장은 제조업체들로 빼곡했던 을지로의 공원 역할을 한다. 세운상가 9층 옥상 또한 도심 쉼터로, 벤치 등을 마련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공간으로 이용된다. 세운전자박물관 등 곳곳에 체험거리가 다양해 광장부터 옥상까지 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http://sewoonplaza.com/



성찰하는 공간, 서소문역사공원


작년 6월 새롭게 드러난 서소문역사공원과 지하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조형물들이 공원에 설치돼 있다.



예부터 서소문은 음기가 흐르는 지역이었다. 조선시대 사대문 안에서의 살인, 도살 행위는 불가능했기에 동쪽 흥인지문 밖 마장동에선 가축을 도살했고, 서쪽 덕수궁 위 서소문 밖에선 사람을 처형했다. 이곳에는 뚜껑을 덮은 우물이라는 뜻의 ‘두께우물’이 있는데, 물이 넘치듯 많이 솟아 망나니들이 칼을 씻어내기 좋았다. 숱한 죽음 속엔 종교적 박해로 순교한 천주교인들도 많아 성지로 기록되는 곳이기도 하다. 400여년 죽음의 공간이었던 서소문을 1973년 근린공원으로 재건축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음침한 기억은 망나니의 칼처럼 쉽사리 씻기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삽을 떠 재탄생한 서소문역사공원은 지상은 공원으로 지하는 성지역사박물관으로 조성했다. 그동안 피하기만 했던 죽음을 그대로 마주하는, 나아가 우리의 일상과 맞닿은 죽음을 품어내는 방식을 취했다. 건축 설계를 맡은 ‘인터커드 건축사무소’는 직선과 곡선을 이용한 그리드 형태로 공간을 디자인했다. 박물관에는 발굴된 유물들을 보여주는 전시관과 시민을 위한 도서관, 기념전당, 하늘광장 등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십자가의 길’과 같이 진입광장에서 시작해 하늘광장에 이르는 구조는 단순한 종교적 건축물이 아니라 성찰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군더더기 없는 조형미 안에 깃든 다양한 은유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공원 산책에 즐거움을 더한다. 여전히 뚜껑이 굳게 닫힌 채 그 자리를 지키는 우물터를 지나 공원을 가로지르고, 계단 없는 내리막길을 걸어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이 모든 과정이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요한 성찰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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