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건축’이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건축과 전공자라면 설계도면이나 모형물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건물이나 공사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건축에 대한 정의는 누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요.


 “건축은 인간이 빚어놓은 엄청난 손짓이며 또한 귀한 싸인입니다” 라고 말한 한국 건축의 거장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故 김중업 건축가인데요. 오늘은 그분의 건축 관점으로 우리에게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경험하게 해주는 곳,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김중업건축박물관>

- 위치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예술공원로103번길 4 (지하철 1호선 관악역 도보 15분)
- 운영시간 : 9AM ~ 6PM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날ㆍ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 자세한 이용 확인하기 ▶ http://www.ayac.or.kr/museum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 김중업

 

“건축은 인간이 빚어놓은 엄청난 손짓이며 또한 귀한 싸인입니다” – 김중업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삼일빌딩, 주한 프랑스 대사관, 서강대학교 본관, 부산대학교 본관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멋진 건축물들, 혹시 누구의 작품인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바로 故 김중업 건축가입니다.


그는 1922년 3월 평양에서 태어나 요코하마 국립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1941년 12월 국내로 들어와 조선비행기제작 주식회사 등에서 일하고 해방 이후 서울대학교 등에서 1952년까지 강의를 했습니다.

 

김중업(맨 뒤 중간)과 르 코르뷔지에(맨 앞 오른쪽)(출처 : 안양문화예술재단)

 

1952년, 김중업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일이 생깁니다.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피난 가있던 김중업은 유네스코 주최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예술가 대회에서 세계적인 거장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게 됩니다. 이 때 김중업은 그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프랑스 파리에서 약 3년동안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일을 하며 건축가로서의 역량을 키웁니다.


*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혁신적이면서 합리적인 건축설계와 이론으로 현대건축의 방향을 제시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세히 보기 ▶ https://bit.ly/2Gyn58M

 

1955년 12월 한국에 귀국한 김중업은 “김중업 건축연구소”를 설립해 여러 대학교의 본관과 도서관, 대사관, 병원, 주택, 빌딩 등 당시 시대를 앞선 디자인의 건축물들을 만들어냅니다. 1971년 11월 김중업은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강제출국을 당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1979년 11월 귀국하여 숨을 거두기 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건축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김중업의 건축 관점으로 본 김중업의 작품들

 

 

김중업건축박물관은 총 2층으로 되어 있는데요. 1층 전시장에는 김중업 건축가의 가치관을 만들어낸 글과 영상, 설계 연습노트 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그의 대표 건축작품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김중업건축박물관 방문 시, 알고 가면 좋은 관람포인트가 있는데요. 바로 김중업 건축가가 갖고 있던 건축 관점을 생각하며 그의 작품들을 관람하면 훨씬 색다르고 재미있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건축관은 크게 세 가지로 빛, 전통, 자연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그의 건축관을 토대로 작품들을 감상하겠습니다. 


  

1. ‘빛’ 의 손짓 : 빛을 건축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다

 

 

김중업의 작품세계에서 ‘빛’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김중업은 빛을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자연 그대로의 밝음과 어둠의 교차를 통해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그가 직접 설계를 진행했던 옛 유유산업 공장이자 지금은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의 창문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창문과 계단은 건축에서 조형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연결과 소통의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보이는 창문은 1959년 설계된 당시에는 보기 힘든 확 트인 건물구조로 빛을 잘 끌어들이며, 조형적인 효과를 잘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공장으로 지어진 박스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측면으로 기둥이 돌출하여 자유로운 입면과 평면을 가진 구조를 만들었으며, 벽체를 유리로 처리하여 건물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빛을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합리적이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건축관이 잘 담겨있는 것 같지 않나요?

 

서강대학교 본관과 차양막 모형

 

김중업 건축가의 또다른 작품 서강대학교 본관은 1958년 설계하여 1960년 준공된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데요. 이 건물을 보면 그의 ‘빛’에 대한 관점이 매우 돋보입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우측 건물에는 비스듬한 형태의 차양막이 만들어져 있는데, 오후에 건물 내부로 깊숙이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막도록 정교하게 계산된 차양막 각도로 내부에서는 시시각각 빛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작품성이나 실용성 측면에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서강대학교 본관 (출처 : 서강대학교)

  

 

1970년 준공 당시 115m 높이로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주목받았던 서울 종로구 삼일 빌딩도 김중업 건축가의 건축관이 잘 담긴 작품인데요. 건물 전체를 유리 커튼월*로 덮어 빛이라는 자연의 요소를 디자인적인 요소로 잘 담았습니다.


* 커튼월 : 투명 유리 혹은 반사유리를 사용한 빌딩 외벽 마감

 

 

삼일빌딩은 ‘자연의 빛’과 함께 ‘희망의 빛’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요. 삼일빌딩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31층이란 층수 뿐만 아니라 일제에 항거하여 대한민국 독립을 앞당길 수 있었던 3.1운동의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건축물은 2013년 동아일보와 건축 전문잡지 SPACE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건축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 12위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2. ‘전통’의 손짓 : 전통의 마음으로 현재를 채우다

 

 

좌 - 설계 모형 / 우 – 실제 모습 (출처 : 김중업건축박물관)

 

김중업이 가지고 있는 전통건축의 정신은 한국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그가 가진 내면의 건축적 철학을 반영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세계의 길잡이이자 건축가 김중업의 첫발을 내딛게 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던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그 대표적인 예시인데요. 1959년 설계하고 1962년 완공된 이 건물의 특징은 바로 한국 전통건축의 처마를 연상시키는 지붕의 조형성입니다. 대사집무실의 지붕은 한국적 정서의 곡선미와 경쾌함이 드러나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대사관저의 지붕은 장중하고 무겁게 하여 두 개의 지붕이 대비되면서도 조화로운 형태로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른 시선의 변화를 예측하여 건물을 배치하였기 때문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공간 경험을 제공합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건물의 조형과 배치가 한국의 정서와 프랑스의 우아한 품위를 잘 접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김중업은 1965년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에게 프랑스 국가공로훈장과 공훈기사인 슈발리에(Chevalier) 칭호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1998년 조선일보에서 실시한 ‘한국 50년 걸작 건축물 20선’에서는 공동 1위를, 2013년 동아일보와 건축 전문잡지 SPACE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건축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 2위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과연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이라고 불릴만하네요! :D

 

 

김중업 건축가가 1986년 설계하고 1988년 준공된 서울 올림픽 기념조형물인 ‘평화의 문’에서도 그의 전통건축의 정신이 드러나는데요. 비상하는 날개 형태의 지붕을 지닌 이 평화의 문은 김중업이 평생 동안 구현하고자 했던 한국의 지붕선을 구현하여 설계하였습니다. 비록 김중업은 준공 4개월을 앞두고 1988년 5월에 작고해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조화를 이룬 마지막 작품입니다.

 

 

3. ‘자연’의 손짓 : 건축은 땅과 하늘 사이에 새로운 자연이다

 

 

김중업은 땅과 하늘 사이에 이루어지는 새로운 자연이 건축이라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자연과 또다른 자연이 서로 잘 어울리면서 소통할 수 있는 삶의 공간을 건축에 표현하고자 하였는데요. 자연과의 소통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서산부인과 병원’을 들 수 있습니다.

 

 

설계 도면을 보면 건물의 발코니와 방들은 자궁의 형태를, 출입구 왼편의 화장실과 간호사 대기실을 감싸고 있는 둥근 형태의 벽체는 태아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지조건이 협소한 지리적 상황에서도 김중업이 얼마나 인간의 생명과 자연을 건물 속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건축관은 “건축은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또 하나의 자연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건축이 단순히 건물이 아닌 인간과 자연이 서로 소통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공간이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에서 만나본 김중업의 건축관. 어떠셨나요? 건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국 건축을 대표했던 거장의 건축관으로 그의 건축물들을 보았을 때, 건축에는 건축가와 그곳에 머물 사람들의 고유한 가치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건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건축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번 주말, 직접 현장에서 한국 거장의 건축관을 방문하시어 건축가 김중업의 일생과 업적에 대해 함께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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