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파빌리온(pavilion)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파빌리온의 사전적 의미는 ‘박람회 등의 전시관이나 국가나 지방 또는 인간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일시적인 특설 가건물 등(인테리어 용어사전, 2006)’입니다. 일반적으로 파빌리온은 건축물에 아름다움과 멋을 더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번 주제는 건축인 듯 건축 아닌 건축 같은 '파빌리온'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건축을 공유하고, 건축을 논하여 보길 바랍니다! :)
수정궁(Crystal Palace)
파빌리온은 라틴어로 ‘나비’라는 뜻의 ‘papilio’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건축물의 부수적인 공간이나 연회장과 전망대처럼 즐거움을 공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상업적인 제품들을 선보이는 박람회가 열리게 되었고, 이를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전시장인 수정궁(Crystal Palace)이 이후에 나타나게 될 파빌리온의 한 예를 보여준 작업이 되었지요.
상하이엑스포 영국 파빌리온(출처 : 헤더윅 홈페이지), 포르쉐 파빌리온(출처 : 포르쉐 홈페이지)
파빌리온은 장기간 사용을 목적으로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치되는 장소와 공법이 일반 건축물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건축가들이 파빌리온을 통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곤 합니다. 또한 파빌리온은 공간이나 특정 개념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축이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쇼룸, 비엔날레나 엑스포에 설치되는 국가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 2012 by Herzog&de Meuron and Ai Weiwei(출처 : 서펜타인 갤러리 웹페이지),
MMCA 지붕감각 파빌리온(출처 : 에스오에이)
오늘날 파빌리온은 임시 전시장의 영역을 넘어 예술 공간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영국의 하이드 파크 안에 위치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2000년부터 서펜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에 매년 다양한 건축가들을 초청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건축공간 자체가 예술이 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진행되었던 YAP(Young Architect Program)가 있는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술관 마당에 그늘을 제공하는 파빌리온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매년 여름 시즌에 3개월 동안 설치되었는데 예술과 건축이 만나 대중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덕수궁 서울 야외 프로젝트 대한연향(출처 : MMCA)
글램핑 파빌리온(출처 : 건축공방 홈페이지), DIOGENE 파빌리온(출처 : 렌조피아노빌딩워크샵 홈페이지),
The Vessel 파빌리온(출처 : 헤더윅 홈페이지)
최근의 파빌리온은 노마딕(nomadic) 프로젝트로 발전되어 새로운 건축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2013년에 건축공방이 ‘글램핑 파빌리온’을 선보였는데, 파빌리온과 레저를 결합한 독특한 건축 양식입니다. 호텔 형태의 일반적인 건물이 아닌, 자연 속에 친밀하게 안착되는 글램핑 파빌리온은 세계적으로 서정적이며 다이나믹한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렌조피아노가 선보인 ‘DIOGENE 파빌리온’은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며 생활이 가능한 주거 유닛입니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 작업은 와인통 안에서 살았던 고대 철학자를 생각하며 만든 것으로 모든 요소가 ‘쓸모가 있는’ 디테일로 만들어졌습니다. 얼마 전 뉴욕에 들어선 헤더윅의 베셀(The Vessel)도 파빌리온이 확장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전망이 가능한 이 구조물은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영역에 있습니다.
파이프 파빌리온 - 야외도서관 지식허브(출처 : 건축공방 홈페이지)
이처럼 파빌리온은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기도 하고 그 자체가 새로운 건축 양식이 되기도 합니다. 건축인 듯 건축 아닌 건축 같은 파빌리온이 건축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서 더욱 확장된 영역으로 진화하여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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