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주목 받으려는 사람들도 정말 많지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때문일 텐데요, 건축 역시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 속에서 건축이 돋보여야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얻고,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이 돋보이고 싶은 성향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될 수 있겠지요? 특별한 재료로 마감할 수도 있고, 이질적인 재료를 조합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배열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나 기계적인 장치를 더한 표현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내부가 궁금해질 만큼 단순한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는 하늘에 떠있는 성이 등장합니다. 상상의 이야기들을 전개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상상 속 천공의 성을 꿈꿨을 것입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에도 중력을 거스르며 허공에 떠있는 물체들이 자주 등장하지요. 이러한 사례들은 사람들이 공중에 떠있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에서는 떠있는 듯한 건축을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그럼, 함께 살펴볼까요?


  

 

좌: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출처: 네이버 영화 

우: <르네 마그리트 - 피레네의 성> - 출처: 나무위키



현대건축으로 풀어낸 전통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은 화엄경을 번역하는 등 불교계의 중요한 법문을 번역하고 저술하는 업적을 남긴 탄허 대종사를 기념하는 곳이랍니다. 이곳의 첫인상은 매우 현대적인 유리박스 건물로 느껴지는데요, 점점 가까이 다가서서 살펴보다보면 예사롭지 않는 점들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의 외벽과 전통의 창호, 처마를 형상화한 부분 – 사진촬영 : 박정연>


먼저 유리에 새겨진 수많은 한자들은 금강경을 새겨 넣은 것이라고 합니다. 직접 글을 읽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보전달이 아닌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죠. 진입부 상부로는 한옥에서 문짝을 처마 아래로 들어올려 내외부를 연결된 듯 사용했던 방식인 들어열개문이 만들어져 있고, 한국의 전통색이라 할 수 있는 오방색을 사용하여 전통사찰의 처마를 형상화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의 108개 기둥으로 이루어진 진입부와, 전통 보자기 패턴의 창호 

– 사진촬영 : 박정연>


불교의 교리를 상징하는 여러 상징이 있는데, 108이라는 숫자는 ‘백팔번뇌‘, ’백팔배’ 등을 뜻하는 숫자가 됩니다. 기념박물관으로 진입하는 부분에는 108개의 녹슨 열주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108개라는 쉽게 숫자를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번뇌하고 엎드리는 심정으로 이곳을 방문했으면 하는 건축가의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내부에 들어서면 커다란 창을 통해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데요. 전통 보자기의 패턴으로 구성되어 단조로움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떠있는 공간

건축의 역사는 중력과의 싸움이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동굴과 움집에서 나와, 흙벽이나 벽돌집, 목재, 석재로 집을 만들면서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고 지붕을 얹고, 창을 만드는 행위가 모두 중력에 대응하는 과정이었지요. 때문에 떠있는 공간이란 원래부터 만들기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상상하고 꿈꾸는 경우가 많았겠지요? 탄허 대종사의 법명이 담고있는 ‘허공’이라는 뜻에 주목하여 공간을 떠있는 것처럼 보이고자 노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가장 큰 실내공간인 보광명전의 상부에 방산굴이라는 명칭의 부처님을 모신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은 기둥이 없이 보를 통해 지지되고 있으며, 주변 상부에 천창이 만들어져서 검은색 박스가 허공에 떠있는 듯 보입니다. 또한 방산굴이나 전시공간에도 빛이 쏟아지는 박스가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의 내부 1.보광명전에서 올려다본 방산굴. 2.방산굴의 내부. 3.전시공간의 모습 

– 사진촬영 : 박정연>


건축가의 이러한 노력은 다른 건축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제 여초서예관과 여주박물관에서는 커다란 건물이 기둥간격이 넓거나 캔틸레버 구조로 상부에 위치하고, 하부의 수면은 이 건물을 반사하며, 그 사이로 자연의 풍경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적 표현은 건축이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노력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인제 여초서예관과 여주박물관의 모습 – 사진촬영 : 박정연>



시적 은유의 건축

건축은 매우 실용적이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과정에 약간의 감성적 표현이 담길 수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 창이 만들어져야만 한다고 정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축가가 의도한 바에 따라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이죠.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 보광명전 – 사진촬영 : 박정연>


보광명전에는 불상이 아닌 금강경이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수많은 동판에 양각으로 새겨진 금강경이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데요, 이 위쪽으로 천창과 루버를 통해 햇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마치 금강경이 가지는 중요함과 가치를 빛으로 표현하려는 것처럼 말이지요. 또한 옆쪽으로 난 가로로 긴 창은 대모산의 기운이 죽향을 맡고 수면위를 노닐다 이곳으로 들어오라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건축의 은유적 표현은 같은 건축가가 설계하고 인근에 위치한 원불교 강남교당에서도 표현되고 있는데요, 정말로 외부의 기운이 수면을 노닐다 건물 안쪽으로 이끌려 들어올 듯 느껴진답니다.

  

<원불교 강남교당 – 사진촬영 : 박정연>



이처럼 건축가는 이곳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에 많은 의미를 담아내려 노력했답니다. 아직 이곳을 답사해보지 못하셨다면 2010년 4개의 건축상을 휩쓸기도 했던 (서울특별시건축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강남구아름다운건축물상)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 한 번 살펴보러 가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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