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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컨텐츠다 7편] - 모델하우스, 꼭 만져보고 느껴봐야 직성이 풀린다

Story Builder/쉽게 배우는 건설

by 삼성물산건설부문 2011. 9. 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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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편 : 모델하우스, 꼭 만져보고 느껴봐야 직성이 풀린다

# 모델하우스 스케치

상점일까?

물건은 무엇일까?

삶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우리만 모델하우스 인가?



# 가상공간에서의 축제, 시뮬라크르(simulacre)

 

“성주님 어서 오세요. 당신의 성입니다.”

정갈히 차려 입은 도우미가 반갑게 맞이하는 이 곳은 모델하우스다. 마치 제 집 인양,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사람들은 시종일관 환대를 받는 와중에도 그들의 눈과 귀 저절로 집안 구석구석을 찾는다. 그사이, 그들은 어느새, 성주가 되고 공주가 되는 가상놀이에 빠져 든다.

 

 

우리 나라의 독특한 주택상품판매 방식인 모델하우스는 축제의 공간이다. 여기서 일어나는 축제는 복제의 복제를 일컫는 '시뮬라크르'와 관련이 깊다. 그럼 모델하우스는 무엇을 복제하였을까? 라이프스타일이다. 즉, 공급자는 성주와 같은 삶을 모델하우스에 복제하고, 소비자가 이를 다시 모델하우스에서 체험을 통해서 복제하는 것이다. 일종의 가상체험에 대한 복제의 복제이다. 이렇게 중첩된 재현의 방식에는 소비자가 성주로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정교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 첫 번째 비밀은 바로 신발 벗기 의례다. 온돌을 사용하는 한국주거의 특성상, 가상체험공간인 모델하우스 또한, 신발을 벗는 것이 마땅하다. 헌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사람들이 델하우스로 입장하는 순간에 의례화됌으로써, 친근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례화된 행위를 통해서 사람들은 분명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으로 진입하였다는 감정의 변화를 용납하고 쉽게 몰입하게 된다.

 

 

 

두 번째 비밀소품들의 구성이다. 모델하우스 곳곳에 비치된 가구며 생활용품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수준보다 훨씬 럭셔리하다. 그렇기에 동화 속 궁전이라도 온 듯 착각에 빠져 든 사람들은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라는 욕구가 자연스레 생기게 마련이다.

 

세 번째 비밀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인터렉션(interaction)이다. 모델하우스에서는 마치 성주님을 맞이하러 온 사절단과 같은 태도로 도우미들이 친절하게 몰입을 도와준다. 즉, 생생한 인터렉션이 마치 전부터 내가 살아왔었던 것 같다는 그들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생성하는 것이다.

 


# 아파트는 금고, 모델하우스는 통장

 

모델하우스는 오랫동안 묻어 둔 일종의 신탁통장이다.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수요자는 미리 집안의 구조나 재료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나아가 입주 이후의 삶을 꿈꿔 볼 수 있다. 그 꿈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한다. 따라서 수요자들에게 모델하우스, 
 곳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꿈같은 것들이 미래에 모두 현실로 되었을 때, 바로 그 순간기쁨을 적립하는 저장고인 셈이다.

 

수요자는 “그래... 지금 이 집에서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이 얼마 후엔 이뤄지겠지, 내 꿈을 여기 묻어 두겠어.” 그리고 "이런 꿈에 거는 희망은 분명 이자까지 더해져 되찾을 수 있을 거야."는 기대를 한다. 이처럼 모델하우스는 체험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확실한 소통을 이루게 하는 통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형태의 샘플하우스를 평형별로 분양 전에 보여 주는 마케팅은 우리 나라에서 성행하는 독창적 아이디어이다. 아마도 집에 대한 강한 애착이 이러한 형태의 先투자, 先이자 방식을 만든 이유인 것 같다. 미리 보고 만져 봐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성 또한, 적잖이 이유로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안정했던 우리 나라의 사회, 경제의 역사 또한 모델하우스란 체험 장치로 합의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아파트는 모델하우스에서 미리 맛 본 기쁨과 체험을 가시화하여 보여 주는 매우 구체성을 띤 금고와 같은 장치가 된다.

 


# 체험마케팅, 모델하우스의 경제학

 

하지만 모델하우스에는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모델하우스 건립비용이 모델하우스의 이러한 ‘이자’보다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0세대의 단지를 분양한다고  보자. 20평, 30평, 40평 대가 각각 2개씩 있는 500평 규모의 모델하우스를 하나 짓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100일 정도이고, 비용은 평당 400만 원이다. 여기에 6개월 정도운용기간과 부지 임차료 등을 합하면, 25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세대 당 2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된다. 그렇다면, 세대당 250만 원의 비용만큼 모델하우스의 운용효과는 충분한 것일까? 이에 대한 검토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라는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적용된다. 즉, 공급자가 모델하우스를 통해서 얻는 이득과 수요자가 이를 통해서 얻는 이득이 일치한다면 그 운용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를 통해 미래에 살 집에 대한 만족감을 맛보던 수요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 수요자들은 더욱 싸고 편리한 아파트를 공급받는 것에 더욱 높은 가치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급자 입장에서 모델하우스는 여전히 실제 체험을 통해서 수요자에게 심적 안심, 그리고 축제와 같은 기대 등 복합된 정서를 제공함으로써 수요자의 구매 니즈(needs)를 이끄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이다.

 


# 가상의 체험, 그 가능성은?

 

사이버 모델하우스의 활용이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과연 사이버모델하우스가 기존의 모델하우스를 대신 할 수 있을까?

     

-기술적 측면, 렌더링(rendering)!  

IT분야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 세계와 질적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시뮬레이션을 만들려면 초당 85프레임, 100만*100만 픽셀의 해상도, 픽셀 당 1600만 칼라, 좌우 235도 및 상하 100도의 시각 영역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나의 이미지가 그것을 묘사하려면 8억 개의 개별 표면이 필요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사이버모델하우스에 가장 적합한 기술인 VR(Virtual Reality)과 같은 가상 시뮬레이션에는 개별 표면이 체험자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현재의 기술로는 이러한 실시간 랜더링이 일반적인 사용자의 IT환경에서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이크로칩의 발전 속도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보여 주듯 이는 언젠가 극복 될 것이다. 그에 따르면, 컴퓨터의 성능이 10년마다 100배씩 개선되는 것으로 주장되었다.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점도 점차 단축되고 있다. 즉, 기술적 측면에서 가상체험은 어느 정도 제한된 범위에서 기존의 모델하우스를 실감나게 모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용성 측면, 체험!

 사람들이 모델하우스를 통해 겪은 문화적 체험을 하게 된다. 또한 앞서 설명했듯 사람들은 델하우스를 일종의 통장처럼 인식하고 이를 통해서 안도를 얻는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에게 문화가 축적되는 과정이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은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모델하우스는 분명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존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체험의 욕구조차 최근에 매우 급속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즉, 복제의 복제와 실제의 경험에 차별을 두지 않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다소 부정적이긴 하나 게임중독 등 사회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상상해 보자. 만약 수요자들의 가상환경에 대한 적응과 학습이 높아져서 이미지에 의한 가상체험으로도 아파트의 체험을 미리 예측하고 평가할 수 있고, 기술적 발전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면, 그 때도 수요자는 여전히 모델하우스라는 선이자를 선뜻 지불할 것인가! 모델하우스의 사회적합의 절차와 그 경제학을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

     

* 본 원고는 2006년 ‘한양대 건축디자인‘ 강의록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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