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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의 1년, 최기사의 하루

Trusted Builder/회사 이야기

by 삼성물산건설부문 2013. 2. 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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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변화는 저항을 받는다. 특히 시작할 때는 더욱 그렇다.' - 앤드류 매튜스

 

알람 소리와 함께 푸른 새벽에 퍼뜩 눈을 뜨면 아직도 잠시 멍한 순간이 찾아온다.
몸보다는 정신이 먼저 깨어 머리를 감고, 옷을 입으며 오늘 할 일을 정리한다.


'사인물이 한 차 들어오고, 협력업체 펀치리스트 조치결과 취합하고..

현장에서 점검하고, 사진대장 정리하고, 회의록 작성하고,,'


머리 속으로 정리하고 수립한 계획만으로도 하루가 빼곡하게 들어차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다.

 

 

 

현장을 두어바퀴 돌며 굉장히 바빴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오전에 뭘 했었지 더듬어봐도 딱히 생각나는 일은 없고,
아침에 출근하며 생각했던 일들은 뚜껑도 열어보지 못한 상태.


항상 친절하고 솔직한 몸은 점심시간이 됐음을 자꾸만 알려주고,

밥을 먹고 어둑한 사무실에서 습관적으로 의자 위에 포개져 잠을 청하나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않다.

 

차라도 한 잔 마시며 말끔히 정신의 재부팅을 시도하는 그 때,

최기사를 찾는 무전이 사무실에 한가득 퍼진다.


어라? 나는 잠깐 간섭사항만 정리해주고 왔는데 왜 벌써 세시 반이지?
사진 몇 장 정리하고 났더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네!?
힐링이 필요해!

 

 

 

88만원 세대, 청년실업률 연일 최고치 경신, 중견건설사의 잇따른 법정관리 등등..

무시무시한 뉴스 꼭지들을 뒤로 하고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삼성물산의 일원이 되어

현장에 배치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약간의 성취감과 안도감, 그리고 자부심이 적당히 섞인 설렘은

사업부를 배치 받고 현장으로 갈 날을 기다리면서 불안감으로 변해갔다.


1년간 빌딩사업부의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국립생태체험관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피부로 느꼈다.

 

[준공을 앞둔 국립생태체험관의 전경]

 

새로운 환경, 새로운 생활 패턴, 교실 바깥의 지식들을 몸과 마음으로 흡수하는 동안

이제껏 세상을 봐왔던 것과 다른 눈들이 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이제는 어른이 됐다고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소리치던 때가 아니라

바로 그 때가 생의 한 계단을 올라선 순간으로 느껴졌다.

 

 

사원급 임직원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회자되는 위기의 시기들이 있다.
방향키를 놓치고 마냥 고여있는 듯 하여

지금 당장 뭔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지는 때이다.


어떤 이는 그 시기가 입사 후 1년이 지났을 때 즈음 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3, 6, 9년 차로 3년 주기로 그 시기가 찾아 온다고도 한다.

그것이 언제이든 일에 대한 권태기라고 할만한 그런 때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 되어 거기에서 달콤함과 두근거림 보다는 권태와 지루함의 맛이 느껴진다면 내가 그것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던가를 돌이켜 보라는 말이 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과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봤지만

누군가는 거기서 진리를 보았던 것처럼 일상의 작은 조각들도

어떻게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내가 실감하지 못하더라도 성실히 보내온 나날들은 켜켜이 쌓여가며

그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1년, 그리고 한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준공까지 치르며

처음의 마지막을 겪고 나니 시원함과 뿌듯함 보다는

더 잘 할걸 하는 아쉬움과 더 잘 할 다음이 있다는 반가움이 생긴다.

 

스무살이 아닌 스물 여섯에야 어른이 됐음을 느꼈던 것처럼,

1년이 지나고 준공까지 하고 나서야

뒤늦게 이제서야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내 일, 내 회사.
1년의 무게감이 얼마나 묵직한가를 가슴으로 새삼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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