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월도 다 지나가고, 11월을 맞이하는 마지막주가 되었습니다. 낙엽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우리들은 가는 가을날을 아쉬워하며 밖으로 밖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요. 누군가는 가을의 유혹이 책 읽기 가장 어려운 시간을 만들기에 역설적으로 붙인 말이라고도 전합니다.
굳이 가을이 아니더라도, 책 읽기 어려운 시절입니다. 24시간 내 옆에 한 몸처럼 붙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 책을 쥘 여유는 없습니다. 정보는 빨리 흐르고, 책은 느립니다. 상대적으로 긴 호흡이 필요한 책 한 페이지, 한 줄이 고통으로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블로그에서는 10월의 남은 가을날, ‘책’ 이야기를 연이어 준비해볼까 합니다. 지난 임직원 인터뷰로 올해만 70여 권의 책 읽기를 실천한 우리회사 독서왕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하이테크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경준책임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해드린다고 합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올해 남은 2달의 시간 동안 한 권의 책을 새롭게 만나고 즐거움을 느껴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낙엽이 주는 불그스름하고 따뜻한 분위기와 시원한 바람은 자연스레 책을 펼치게 만든다
살아오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지겹게도 들어왔던 진부한 표현이죠. 책읽기에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고, 가을은 바람도 선선하니 독서하기 딱 좋은 계절이란 뜻일 것입니다. 듣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가을만 되면 멜랑꼴리한 감수성이 피어 오르고, 떨어지는 낙엽에 고독을 곱씹을 때 평소에 읽지도 않던 책이 보고싶은 마음이 생기죠. 지금 가을 타는 중이라고 주변에 티 내기에는 독서만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년 이맘때면 가을을 맞아 독서를 하자는 다짐을 합니다. 그래도 가을인데 책 한 권은 읽어야지, 라는 생각에 책을 사게 되죠. 그러나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그 한 권조차 다 읽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지금 순간적으로 가슴이 뜨끔했더라도 안심하세요~ 모두들 다 그렇습니다! :D
그렇다면, 누구나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은 왜 이렇게 안 읽히는 것일까요? 독서를 해야 할 것만 같은데, 대체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책을 읽지 않아도 일상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데 말이죠.
요즘은 정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어떠한 정보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키워드만 검색을 해도 관련정보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옵니다. 간단하게 ‘가을여행’으로 검색해 보면, 각종 국내외 여행지와 일정에 대하여 동영상은 물론 뉴스, 블로그, 카페, 이미지 등 다양한 매체로 책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불과 몇 초 만에 얻을 수 있죠.
만약, 가을에 베트남으로 3박4일 식도락 여행을 가고 싶다면, 오히려 책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이 더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훨씬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책을 읽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정확히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막연한 의무감에, 시험문제로 나오니까 고전을 읽어야만 했던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조금만 검색하면 모든 작품의 등장인물과 줄거리, 교훈 등 ‘고전이 주는 삶의 지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왜 굳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요?
저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틈만 나면 친구들과 아파트 주차장에서 테니스공으로 야구 하기 바빴고 공을 차며 뛰어놀기 바빴습니다. 동네에서 잘 사는 친구가 최신 게임기를 샀다 하면 게임 한 판 하려 친구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그런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죠. 그런데 우연히 친구집에서 보게 된 작은 책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셜록 홈즈 모음집이었습니다.
탐정 이야기라고 하길래 우연히 펼쳤다가 완전히 빠져버리고 만 것이죠. ‘추리소설’이라는 문학장르를 접한 그 순간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그 때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 게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셜록 홈즈 시리즈 전체를 다 보기 위해 친구집에 드나들게 되었지요. 너무 재미있어 한 편이라도 더 읽고 싶던 그 때, 빨리 내일이 오기를 바라며 자기 전 설레었던 그 때가 제 인생에 진정한 ‘능동적 독서’의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엘릭시르)
책을 읽다 밤을 새는 첫 경험을 선사해준 잊지못할 개인적인 명작이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사촌 형 방에 굴러다니던 ‘퇴마록’이라는 책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날이 밝아 있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책 속에 완전히 빠져들어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그 순간의 흥분은, 오롯이 책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러한 문학장르는 시각, 청각이 동시에 직관적으로 들어오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이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서는 단어와 문장, 문단을 읽고 그에 맞는 내용을 상상하면서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에게 일방적으로 동일하게 전달되는 영화, 드라마와 달리 상상하는 장면과 느껴지는 분위기, 배경의 스케일, 이야기의 속도가 각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죠.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독서. 위의 사례처럼 시간개념을 상실한채 밤을 새워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뜨거운 재미만으로도 독서를 할 이유는 충분할 것입니다.
(출처 : 사이언스북스)
그저 우주에 관한 연구실적을 정리한 과학서적 인줄 알았는데...
학창 시절부터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시대와 국적을 넘어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을 만날 수 있고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뿐더러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어쩌고 저쩌고)…’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을 것 같은데요.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이런 교과서적인 패턴의 협박(?)에는 되레 하품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진짜입니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으며, 분야를 떠나 꼭 읽어보면 좋을 책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왜 말하고 싶은지 독서를 통해 알게 되는 순간, 그야말로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죠.
우주를 다룬 대중 과학서의 걸작,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과학 교양서, 시대불문 추천도서 단골손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책입니다. 천문학자로서 평생 우주를 탐구했던 최고의 전문가이자 권위자인 그의 인생과 철학을 두꺼운 한 권의 책에 ‘고농축 원액’으로 압축시켜 둔 책이죠. 우주라고는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으로만 배웠던 것이 전부였던 저에게 이 책은 우주뿐만 아니라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희한한 경험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사실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이다.
- 코스모스 中
인간의 본질을 우주적 관점에서 보고 질서와 조화로 작동되는 우주 속에서 과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그의 책은 과학서적임에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며 큰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했던 우주에 대한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인문학과 철학, 역사, 생물학 등을 총망라한 그의 모든 것을 단돈 몇 만원에 구매하여 평생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꿀이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세계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우며 크고 깊은 사랑으로 가득 찬 곳이기 때문에 증거도 없이 포장된 사후세계 이야기로 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다. 그보다는 약자 편에 서서 죽음을 똑바로 보고 생이 제공하는 짧지만 강렬한 기회에 매일 감사하는 게 낫다
- 칼 세이건
이처럼 나와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듣고 싶다면, 독서가 정말 ‘가성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군생활 시절, 저녁점호 이후 10시 취침이 원칙이었지만 상병 진급 후 이른바 ‘짬’이 어느정도 찼을 때에는 10시 이후라도 신청자에 한해서 24시까지 연등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딱히 잠도 오지 않던 어느 날 내무반 휴게실에 비치되어 있던 작은 책장에서 우연히 책을 한 권 꺼내 보게 되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다가 24시를 넘겨 당직사관에게 혼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이었는데, 그 전까지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니 싫어했던 공대생은(학창시절부터 재미도 없고, 잘 외워지지도 않는 국사 과목을 가장 싫어했습니다.) 딱딱할 것이라 생각했던 세계사 책이 술술 읽히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되었죠. 교과서에서나, 혹은 뉴스에서나, 무심코 TV리모콘을 돌리다 가끔 보게 되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짤막한 정보들이 마치 퍼즐처럼 연결되어 짜 맞춰지는 묘한 흥분을 느끼게 되었죠. 아, 이게 바로 전두엽이 지적 쾌감으로 흥분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저자 : 유시민
출판사 : 푸른나무 / 1999.12.17
책소개 : 드레퓌스 사건, 피의 일요일, 러시아 10월 혁명과 미완의 혁명 4.19 등 기존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색다른 시각에서 평가한 교양 역사서
다소 생소한 내용이었던 드레퓌스 사건부터 세계대전의 시작과 아돌프 히틀러, 2002년에 봉사활동으로 다녀왔던 베트남에서의 전쟁, 일본의 역사왜곡 실태까지… 이런 사건들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다니, 그저 역사라고는 사건발생 연대만 어설프게 외우던 저에게 정말 큰 충격이었고, 저도 모르게 이러한 사건들을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새로이 알게 되는 역사 속 사건들과 인물들은 촘촘하고 교묘하게 얽혀 있었으며, 이는 나비효과처럼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찾아봤던 역사 속 순간순간들이 연결되고, 마치 제곱수처럼 증폭되어 무한으로 확장되는 느낌은 허전했던 무언가를 가득 채워주는 느낌이었어요. 이어 자연스레 따라오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나니, 어디선가 들었던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그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굳이 책을 읽어야 하나? 라는 의문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직접 와 닿지 않는다면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많은 정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현재가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다면, 지금 당장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하지만,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분명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른바 ‘달변가’가 아닙니다. 그저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또는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끊기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가곤 합니다. 이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잡식성으로 책을 읽어온 덕이 크다고 확신합니다.
읽은 것이 많을수록 꺼낼 수 있는 단어와 어휘, 문장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죠. 꾸준한 독서는 마치 나 자신을 항상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어떨까요?
이 또한 명백하게 독서를 많이 할 수록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작가의 필체와 문장 구성, 글의 흐름들이 머릿속에 각인되는데, 다양한 책을 습관적으로 읽다 보면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보다 글을 쓰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됩니다. 작문을 하는데 어색함이 훨씬 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출판사에서 각종 문법 및 띄어쓰기, 맞춤법 등을 교정하여 출판되는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익어 학습효과가 생기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말하기, 글쓰기를 더 잘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출처 : 열린책들)
독서를 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지만, 위에 적어둔 몇 가지 경험 만으로도 충분히 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정작 책을 펴고 한 장 넘기는 것부터가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독서는 습관입니다. 마치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고 체력을 키우는 것처럼, 조금씩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당장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그 책들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책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 무겁지 않으면서 쉽게 넘어가는 책들, 그저 틈틈이 시간 날 때 조금씩 볼 수 있는 책들이면 됩니다.
이왕 읽는다면, 의지를 가져보세요! 요즘 도서관은 재직증명서만 내면 회원등록이 가능하니 근무지 근처 도서관 회원이 되어보세요. 또한, 전자책 대여도 되니 스마트폰으로도 가볍게 읽어보세요. 완연한 가을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원에서 책장을 넘겨보세요. 지금이 딱 그럴 때입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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