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이 더해진 건축이 쉬울까요? 아니면 간결한 건축이 쉬울까요? 아마 대부분은 장식이 있는 화려한 건축이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 할 겁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장식이 없고 간결한 모습의 건축물은 만들기 어려운데요. 재료들끼리 만나는 부분이나 실제로 필요한 부재들을 숨기기 위한 디테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Wikimedia
이화여대 ECC는 매우 거대하고 건축적인 힘이 느껴지는 건축물입니다. 그와 동시에 화려한 장식 대신 멋진 공간과 세밀한 디테일을 품고 있는 건축이기도 한데요. 이화여대 ECC에서 찾을 수 있는 세밀한 건축적인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2004년 진행된 이화 캠퍼스센터 국제 지명현상설계에는 도미니크 페로, FOA, 자하 하디드가 참석했는데, 강력하지만 단순한 획을 그은 듯 보이는 도미니크 페로의 안이 당선되었습니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1989년 중정을 중심으로 네 권의 책을 펼쳐 놓은 것 같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하여 이름을 알렸는데요. 전체적으로는 간결해 보이면서도 부분적으로는 풍부한 느낌을 주는 건축 작품입니다.
출처: 도미니크의 현상 설계안
사실 현상설계 당선시의 설계안은 현재 건축의 모습과 약간의 차이를 가지지만, 도미니크 페로의 건축은 이화여대 ECC에도 담겨있습니다. 형태적으로 극도의 단순함을 가진 것을 극복하기 위해 입면에 사선패턴을 계획하고, 상부로 몇 개의 브릿지를 만들어 지상에서 양측을 이어주는 동선을 만들고 있죠! B-)
건축물을 지을 때 각각의 대지에는 건폐율과 용적률이라는 법적인 제한을 따라야 합니다. 도시 계획가들이 정해놓은 지역지구에 따라 적절한 용도의 건축물이 적절한 규모로 만들어져야 도시가 전체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대학교들은 특별히 커다란 하나의 대지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캠퍼스 내 어딘가에 건축물을 짓다 보면 비어있는 땅이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건폐율이나 용적률이 법적 한도를 채운 상태가 될 수 있죠!
이럴 때에는 해결방법으로 지하공간을 개발하는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에 만들어지는 건축물은 건폐율과 용적률을 산정하는데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이화여대에서 ECC를 구상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수도권의 여러 대학들이 지하공간을 개발하는 사례들을 다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를 개발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조건이 따르는데요. 수많은 흙을 파내어 옮겨야 하고, 지하에 암반이 있을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죠.
또한, 지하수위에 따라 땅에서부터 스며들어오는 습기를 처리해야 하고, 지상층에 비해 채광과 환기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화여대 ECC에서는 이런 단점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큰 공간들을 계획함에 있어서, 역사적인 건축물과 어울리기 위해 지하공간을 활용하고 건물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필수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화여대 ECC 캠퍼스:: 빛의 폭포
이화여대 ECC는 지하공간이 가지는 단점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극복해내고 있는데요. 먼저 커다란 통로를 면하는 양쪽의 입면이 투명한 유리로 계획되어 빛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는 점입니다.
건축가는 양쪽 입면의 유리벽을 ‘빛의 폭포‘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유리입면에 수직으로 스테인레스 금속판이 더해져 사선방향으로 햇빛이 비출 때도 적절한 빛이 실내로 반사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건축가의 표현처럼 상부의 빛이 아래로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이화여대 ECC 캠퍼스:: 열 미로
또한 계단이 형성되어 양쪽이 연결된 부분에서는 중앙의 유리입면이 없는 부분도 있는데요. 이곳에는 별도의 선큰 공간을 만들고 벽체에 수많은 금속판들이 지상의 빛을 반사해 지하공간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땅을 파내고 건물 외벽을 만드는 사이에 1m폭의 공간을 만들어 ‘열 미로’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것은 지하의 습기를 차단하면서도 여름과 겨울의 냉난방부하를 줄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 공간을 통해 지하 6층까지 공기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7~10도가량 온도가 조절되어 에너지 절감효과를 줍니다.
지금까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는 이화여대 ECC에 담긴 건축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자연은 건축보다 한 수 위’라고 하며 건축은 항상 자연을 존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축구장 8배 규모의 건축물에 이처럼 자신을 적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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