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도 ‘공유의 도시, 뉴욕’을 통해 뉴욕의 일상과 도시에서 이뤄지는 공유의 모습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뉴욕은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으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만큼 1년 내내 다양한 문화행사와 볼거리가 도시 곳곳을 가득 채우는 등 도시 전체가 문화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언뜻 문화와 경제는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민간 분야의 자본이 공공을 위해 유익하게 활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뉴욕건축물의 공유 그리고 공공성 사례를 통해 뉴욕 시민들이 실제로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Max Pixel
뉴욕건축물의 첫 사례로 소개드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의 조명탑은 도시의 랜드마크 건물의 가치와 용도를 새롭게 정의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건물의 최고 높이로 순위를 다투는 마천루는 중동이나 중국과 비교하여 뉴욕 맨해튼은 높이 면에서 뒤지지만, 맨해튼의 오피스와 주거용 타워는 평균적으로 40층 이상으로 건립되는 추세입니다. 뉴욕은 도시 전체적으로 고층 건물들이 이루는 스카이라인이 일품인 도시입니다. 도시의 경관을 만들어주는 건물의 입면은 시민들에게 멋진 스카이라인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공공의 성격을 갖는 건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남북 방향을 기준으로, 고층 빌딩이 군집한 구역이 구분되는 도시계획입니다. 맨해튼의 서측으로 강 건너인 뉴저지 주나 맨해튼의 동측으로 강 건너인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구역별 밀도가 확연히 읽힐 정도로 계획되어 있는데요.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위치한 다운타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위치한 미드타운, 그리고 미드타운보다 약간 북쪽 구역 등의 3개의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맨해튼의 미드타운 34번가에 위치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의 아이콘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입니다. 1932년 준공된 이 건물은 102층(방송 안테나 제외 380m)으로 4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현재는 미국에서 5번째 그리고 전세계에서 28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맨해튼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맨해튼 스카이라인에 주요한 아이콘으로 유명 관광명소이기도 하죠?
뉴욕건축물 중에서도 그 규모와 역사적 배경으로도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탑 조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탑 조명의 첫 번째 점등은 1932년에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자 이루어졌습니다. 1956년에는 ‘Freedom Lights’ 라고 불리는 등대불같이 회전하는 4개의 조명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미국에 이주하는 이민자들을 환영하고, 미국이 희망과 기회의 땅임을 상징하였습니다. 1976년부터는 조명 교체로 인해 색상이 다양해졌으며, 2012년에는 컴퓨터로 조절 가능한 LED 조명으로 전면 교체해 총 천육백만 개의 색상이 표현 가능해졌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탑 조명은 매일 한 가지 테마를 상징하는 색으로 점등을 합니다. 국경일, 이벤트, 캠페인 등 주요한 날에는 미리 계획이 되어 기념할 색상으로 밝혀지고, 이외의 날에는 2006년에 신설된 ‘Lighting Partner Program’을 통해 일반인들의 지원도 가능합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부동산신탁이 소유, 관리하고 수익을 내는 자산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건물의 외관은 공공의 자산이며, 이 회사는 공공성을 도시와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상층부에 위치한 탑 조명은 격자 그리드 체계의 맨해튼 도로에서뿐 아니라 강 건너 외곽지역에서도 가시성이 높아 누구에게나 시각적인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색은 만국 공용어 중 하나라서 전 세계 방문객 모두가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도시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출처 : Public Art Fund
‘퍼블릭 아트 펀드(Public Art Fund)’는 경제와 자본이 도심 속 문화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퍼블릭 아트 펀드는 뉴욕 시민들에게 도시환경에서 미술의 강력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197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뉴욕에서의 예술과 문화는 고상함보다는 일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뉴욕은 전 세계로부터 모이는 자본의 집결지이며, 그 자본이 예술 중에서도 미술품의 투자에 많이 쓰이는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다양성의 도시인 뉴욕에서 뉴욕건축물 뿐 아니라 미술품은 자본가들만이 향유하는 예술이 아닌데요. 공공의 영역에 미술품들로 가득 차있는 도시가 바로 뉴욕입니다.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미술관 등의 미술관, 첼시 지역에 밀집해 있는 상업 갤러리, 매해 개최되는 아트 페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품 감상이 가능합니다. 그 중에서도 예술이 시민들의 일상이라고 느낄 수 있음은 물리적으로 혹은 시각적으로 시민들에게 공유되는 공공미술(Public Art)이 큰 기여를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미술의 기여에는 퍼블릭 아트 펀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도심 곳곳에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후원은 물론 직접 기획을 통해 동시대 현대작가들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2008년에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2014년에는 제프 쿤스(Jeff Koons), 2017년에는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등과 같은 이 시대 최고의 작가들 역시 Public Art Fund 와 함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출처: Public Art Fund
작가들은 뉴욕시 전체를 작업 배경이자 캔버스로 삼아 공원, 건물 파사드, 공원, 도심 인프라 등 구석구석마다 다양한 스케일과 매체를 사용하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퍼블릭 아트 펀드가 추진하는 공공미술의 목적은 미술품이 작가와 자본가들만의 고상한 소유품이 아니라 뉴욕 시민들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인데요. 지난 40여 년 간 꾸준하게 작가들의 작업 활동을 지원하며 뉴욕시에 구체성을 갖는 작품을 전시한 만큼 뉴욕 시민들은 퍼블릭 아트 펀드를 통해서 새롭게 소개될 공공미술을 기대하곤 합니다.
뉴욕시는 도시의 작은 공간 뿐 아니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건물의 입면들도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글에서 소개한 두 개의 뉴욕건축물 사례와 같은 문화적인 자원은 도시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유의 대상으로 언급하며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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