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홍 교수 칼럼] 공유의 도시 뉴욕, 도시 외부공간에서의 공유
이 시대의 화두이자 주요 키워드 중 하나를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공유 경제, 공유 오피스, 공유 주거 등 생필품과 의식주 관련 많은 요소들이 공유의 개념으로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현 시점에서 공간기획을 할 때 공유 오피스, 공유 주거 등의 공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공유의 도시, 뉴욕”에서는 뉴욕시의 일상을 통해서 도시에서 이뤄지는 공유의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도시계획의 영향인지 도시의 역사에서 묻어나는 연륜인지 우리가 너무나도 자주 회자하는 미국 뉴욕시를 공유의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로 선정해봅니다. 세부적으로는 도시의 외부공간, 건축, 인테리어, 소프트웨어, 이벤트 등을 통해 깊숙이 알아보고자 합니다.
뉴욕 맨해튼, 섬으로 이루어진 뉴욕시의 중심지
뉴욕시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유의 주체, 물질적인 공간과 비물질적인 이벤트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뉴욕시의 역사, 도시형태, 배경 등을 간단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뉴욕시는 5개의 자치구 [borough]가 모여서 이루어진 도시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맨해튼[Manhattan)이 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전 세계의 관심대상이 되며 경제, 사회, 문화의 트랜드를 선도하는 도시입니다.
공유의 도시인 뉴욕시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배경은 바로 맨해튼이 섬이라는 사실입니다. 면적은 59.1㎢이며, 서쪽으로는 허드슨강[Hudson River]이 있고, 강이 뉴욕주와 뉴저지주의 경계입니다. 동쪽으로는 다른 자치구인 브루클린 [Brooklyn)과 퀸즈 [Queens)가 이스트강 [East River] 건너에 위치합니다.
섬이기에 대지의 면적이 정해져 있으며 확장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의 일자리 창출, 기업의 본사 이전 등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이어 동부에서는 뉴욕이 스타트업 기업들의 요람이며, 아마존, 월트디즈니, 구글 등의 거대 기업들의 본사도 뉴욕으로 이전하려는 상황입니다. 면적의 자원과 공급은 한정되어 있으나, 높은 수준의 자원 수요는 공급과 무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드체계의 도시계획
출처 : Pixabay ( igormattio )
뉴욕 맨해튼의 도시계획은 1811년 시의회 계획[Commissioner’s Plan of 1811]에서 제정된 후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리드 체계의 도시 구획과 용도구역별 건물 타입의 상당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본연의 취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맨해튼은 약 2,000여개의 도시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물들이 맞벽 형식으로 군집하여 하나의 블록을 이룹니다. 맨해튼의 정중앙에 위치한 센트럴파크[Central Park] 뿐 아니라, 상이한 규모지만 대체로 3개 블록 정도의 규모로 공원들이 위치합니다. Madison Square Park, Washington Square Park, Bryant Park 등이 대표적으로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공원들입니다.
물론 하나의 블록 내에서도 작은 필지로 이루어진 소규모 공원들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두 가지의 특징을 통해서 한정된 대지에서 다양성을 찾으려는 노력과 기회, 그리고 도심 중간중간에 위치하는 외부공간들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공유의 도시, 뉴욕” 연재의 첫 이슈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뉴욕시의 600여개의 커뮤니티 가든
출처 : Wikimedia ( Shinya Suzuki )
뉴욕시에는 현재 600여개의 커뮤니티 가든 [Community Garden)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 경제위기 상황이 커뮤니티 가든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뉴욕시가 소유하는 유휴지의 개발이 전면 중단되었고 사유지조차 공유지로 바뀌는 경우가 많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틈타 커뮤니티 가든 운동 [Community Garden Movement)이 결성되면서 커뮤니티 가든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피폐해지는 도시의 모습에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더욱 번성하게 되었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1990년대에 뉴욕시의 개발이 다시 왕성히 이루어지게 될 시점에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옹호에 힘입어 커뮤니티 가든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한 필지로 면적은 250평 정도의 소규모이지만, 뉴욕시 곳곳에 산재해 있는 커뮤니티 가든의 총 규모는 현재 32 에이커로 추정됩니다.
커뮤니티 가든의 시초가 시민에 의한 것이었고, 현재 역시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검토되고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가든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뉴욕시의 모든 유휴지는 커뮤니티 가든으로 제안 가능한 후보지이며, GIS기반 지도인 OASIS [Open Accessible Space Information Systems]를 통해서 뉴욕시의 유휴지를 검색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적합한 위치를 선정하여 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 소속의 Green Thumb이라는 협회에 제안하면 지역주민들과 관할구역 관계자들이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제안자의 역량 뿐 아니라 가든을 같이 일구어갈 지역 공동체의 명단 역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이와 같은 시민참여적인 절차에서 볼 수 있듯이 뉴욕시에서 주체가 되어 프로그램을 구축한다기 보다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생기고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습니다.
커뮤니티 가든의 사례를 통해 인식할 주요한 점은 뉴욕시에서 공공의 자원을 단순히 공유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이러한 공공성과 공유 경제의 주체가 바로시민이라는 측면입니다. 뉴욕시는 유휴지와 가든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 장비 대여 등의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할 뿐 적극적으로 사업을 장려하거나 주최하지는 않습니다. 시민들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가든의 제도를 통해 각 지역에 맞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이 생겨날 것이며 지속발전 가능한 형태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도시 미관 차원에서 시작하였고 현재는 경제활동, 교육, 문화의 장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커뮤니티 가든의 본질은 설립 과정에서 보여지듯 민주주의적인 지역 공동체라 생각됩니다.
각 공원들의 특징과 역할
출처 : Wikipedia ( chensiyuan )
뉴욕 맨해튼은 10여개의 블록마다 디자인과 특색이 다른 public space이자 공원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Washington Square Park(4~6번가 사이), Union Square(14~17번가 사이), Madison Square Park(23~26번가 사이), Bryant Park(40~42번가 사이) 등이 뉴욕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소입니다. 각각 오랜 기간 동안 뉴욕시민과 방문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로 공간이라는 하드웨어와 이벤트의 소프트웨어의 조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러 공원 중에서 가장 민주적인 역사와 의미를 지닌 장소는 Union Square [유니언스퀘어]입니다. “Union (노동)”의 단어에서도 상징성을 나타내듯이 1882년에 미국 노동절의 첫 페스티벌이 개최되었으며 1930년대부터는 노동자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사회/정치적인 행사 뿐 아니라 Union Square Greenmarket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및 문화 행사들도 다양합니다. 1976년부터 열리는 이 장터에서는 평균 140km 근방의 지역으로부터 재배된 야채, 과일, 해산물 및 기타 가공식품 등을 사고 팝니다. 매주 월/수/금/토요일에 개최되며 25만명의 일일 방문객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선한 제품을 사고 팔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경제와 시민들을 연계시켜주는 뉴욕 시민들 삶의 일부분이 된 행사입니다.
자연조경 요소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하드스케이프 면적이 많은 공원의 물리성도 한몫 하지만, 40년이 넘게 성장하며 유지되는 Union Square Greenmarket 은 Union Square Partnership라는 조직의 후원으로 더욱 가능합니다. 지역 중심으로 형성된 비영리 조직으로 지역 주민, 경제, 방문객들을 위한 유니언 스퀘어 공원의 최적화된 환경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공원에서의 공공의 안전, 청결, 미화 사업 등의 물리적인 업무와 지역 경제의 발전, 공원의 홍보 및 활성화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업무를 담당합니다. 이와 같은 장기적인 운영자의 관점에서 성공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공원들은 대략 35,000㎡의 면적으로 도시 전체에서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 공간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장기적 관점을 가진 운영 조직을 통해 도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Union Square와 같이 흩어져있는 공공의 공간들이 각각 구역에서 도시의 즐거움을 제공해주고, 이것들이 모여 맨해튼의 사회, 정치, 경제 및 문화를 형성하며 도시 공공성의 견고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도시의 공간들은 한 시민의 소유가 아니라 공유되어야 하는 공간들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공유의 정도가 정해지며, 뉴욕시에서의 외부공간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효율적으로 시민들에게 환원되는 공간과 이벤트들로 가득함을 보았습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건축에 더 밀접하게 표현되는 공유의 현상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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