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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건축은 컨텐츠다 2편 - 노래방에 숨겨진 비밀

Story Builder/건설 플러스

by 삼성물산건설부문 2011. 4. 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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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편  

기묘한 방, 노래방에 숨겨진 비밀

#노래방 이미지 화면 스케치

“ 노래방에만 가면 나는 금방 가수가 되요”

“ 노래방에서 부를 18번은 항상 준비되어 있지요”

“ 외국인도 데리고 갔더니 무척 좋아하던데요?”

“ 미국에 놀러가서도 노래방에 가요”

“ 노래방에 가면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

“ 꼭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노래방에 같이 가요”

“ 2차는 노래방이죠”

“ 글쎄요, 노래방에서는 30센티 정도로 가까이 밀착되어 앉아 있게 되지요”

“ 목이 쉬는 지도 모르고 노래할 때가 많아요”

“ 대체로 추가시간을 요청하지요, 헤어지는 것이 아쉽게 때문에요”

“ 사실 흥이 없다가도, 친구가 하면 휩쓸려서 같이 춤을 추게 되요”

“ 잘 모르는 사람도 금방 친해 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성 때문일까! 유난하게도 우리의 거리는 다양한 '방'들의 소리 없는
아우
성으로 가득하다. 그중 노래방이야말로 방 중 방인데... 대부분이 밀폐된 아파트나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낸 도시민들이 지친 몸을 달래고 삶의 용기를 찾기 위해 서슴없이 들어가는 곳이 왜 그토록 좁은 밀폐된 노래방일까! 그리고 그곳에선 누구라도 ‘소녀시대’가 되고 ‘투피엠’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삶에 오래된 노래처럼 함께 시간을 영유하는 노래방, 그 기묘한 매력 뒤에 숨은 비밀을 찾아보자.


  
   

# 첫 번째 비밀

                                          '함께 즐거운, 집단 몰입의 공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마치 홀린 듯 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 미지의 세상으로 떠난다. 우리가
노래방에 들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이와 같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시간은 삽시간에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이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전혀 딴 세상에 온 듯 한 생태를 ‘몰입’이라고 한다. 몰입(flow)은 심리학자 미하이칙센트 미하이가 주장하는 이론으로
 ‘사람들이 어
떤 일에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져 있는 상태’
를 뜻 한다. 이때의 경
험은 그 자체로 매우 즐겁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지간한 고생도 감내하면서 그 행위에 도취하는데, 미하이는 이를 최적경험이라 정의한다. 이는 주어진 도전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목표가 명확하고, 분명한 규칙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는 상태를 말 한다.

 우리들의 방, 노래방을 한번 떠올려 보자. 몇 평 남짓한 그 방안에는 이러한 요소가 빠짐없이 완비되어 있는 것이다. 자기만의 18번을 한껏 뽐내고 싶은 열망과 능력, 요란한 빵빠레를 울려주는 노래방기기, 변신을 꾀할 수 있는 다양한 소품 등 즉각적 피드백 시스템이 옹골차게 짜여진 최적경험의 공간이다. 노래방은 미하이가 봤다면 아마 손뼉을 치며, '바로 이게 몰입이다‘ 라고 소리칠 만큼 완벽한 몰입의 공간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혼자 노래하는 이는 드물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우 삼삼오오 함께 모여 노래방을 가고 그곳에선 서먹했던 사람들도 금방 마음을 튼다. 이처럼 노래방은 ‘집단몰입’이 가능해 진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노래방에선 집단몰입이 가능한 것일까?

     


# 두 번째 비밀

 

                                      '친밀감, 인간과 인간의 거리 법칙'

 그 비밀은 ‘프락시믹스(Proxemics)’ 이다. 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과 인간의 거리를 뜻하는 말로, 에드워드 T 홀이 그의 저서 ‘Hidden Dimension(숨겨진 차원)'에서 밝힌 개념이다. 
 그는
프락시믹스를 ’밀접거리, 개체거리, 사회거리 그리고 공공거리‘로 분류한다. 여기서 밀접거리는 ’가까운 밀접거리(밀착)‘와 ’먼 밀접거리(15cm~45cm)‘로 다시 세분되는데, 보통 밀접거리에서는 한 개체가 다른 개체를 인지하는데 시각, 청각, 후각 그리고 촉각을 사용하는 높은 감각 에너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노래방은 어떤가? 우리는 그곳에서 옆 사람과 평균적으로 밀접거리를 유지한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개체간의 친밀도를 높여 함께 몰입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즉 가까운 거리에서 주는 극대화된 감각적 에너지의 방출과 수용이 각 개인의 뇌의 변연계를 충동하여 집단적 몰입을 이끄는 것 이다. 변연계의 작동방식에는 문화적 차이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을 활용하면, 노래방의 세계 진출 또한, 가능하지는 않을까?



  
   

# 세 번째 비밀

                            

 

 '언제든 변신하는, 전방 위 무대공간'


몇 년 전만해도 흔했던 가라오케가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노래방이 가라오케를 밀어내
고 승승장구 한 것이다. 이를 공간측면에서 바라보면, 노래방의 공간의 구성방식이 가라오케와는 다르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무대와 관객석의 구분이 있는 가라오께와는 달리 노래방은 무대라고 일부러 만든 공간이 없다. 노래방에서의 무대는 그저 평평한 바닥의 연장이다.  
 또한,
테이블을 밀치면 무대가 넓어지고, 심지어 모두 일어서 흔들어 대면 노래방 전체가 무대가 된다. 너도 나도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방 위 무대공간의 특징은 아무래도 우리 민족의 관계 중시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마당놀이 처럼 너, 나 우리가 노래 부르며 흥에 겨워하는 모습은 우리의 상생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노래방은 한국인의 ‘우리’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방’이라는 공간 구조에
‘노래방기
기’라는 문화 기술과 컨텐츠인 ‘노래’를  비빔밥처럼 섞어 만든 우리의 문화 컨텐츠 공간상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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