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스토리텔러] 쇼미더건축, 아파트를 보여줘
안녕하세요. 이번에 삼성물산 건설부문 블로그에 건축을 주제로 참여하게 된 건축공방의 심희준, 박수정 건축가입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모든 공간은 건축과 맞닿아 있고, 건축에 대한 고민들도 확산되고 있지요. ‘쇼미더건축’으로 여러분과 함께 건축을 공유하고, 건축을 논하여 보길 바랍니다.
공동체 주거의 대표적 건축 : 아파트
오늘의 주제는 바로 아파트에 관한 것입니다. 아파트는 공동체 주거의 대표적인 건축 프로그램인데요. 1800년도 후반,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적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살 수 있는 건축으로 아파트가 시작되었고, 유럽에서는 르 코르뷔지에의 빈민 주거 대안으로 1922년에 시작되어, 일부 아파트가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 지역이 빈민가가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 나타나면서 아파트 유형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계획안은 일본과 한국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한국에서는 아파트라는 범주가 도시의 인구 밀집의 해결책으로 제시가 됩니다.
실제로 1932년 일제강점기에 관사 형태가 아닌 임대가 가능한 충정로 아파트가, 해방 이후 1959년에는 종암아파트가 세워졌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전체 주거의 60%를 차지하며, 아파트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아파트라는 주제는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가 가능한데, 이번 글에서는 아파트 건축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출처 : Leuppi and Schafroth homepage)
아파트는 공동체 주거의 하나의 방식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구조 속에서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들이 생기게 됩니다. 유럽의 공동체 주거 방식은 건축물과 함께 사회적인 활동들이 이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계획되고 있습니다.
(출처 : Leuppi and Schafroth homepage, Gigon and Guyer homepage, Babin and Renaud homepage)
대체적으로 저층을 이루는 주거단지에는 차와 사람의 동선이 분리되고, 자연 놀이터와 중정, 산책로가 1층에 제공됩니다. 저층의 휴먼스케일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에 사회 통합적인 공동 주방과 보육시설, 공방들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아파트들
(출처 : Herzong and de Meuro homepage)
이와 조금은 다른 특성을 가지는 고층 아파트들도 있습니다. 뉴욕의 56 Leonard Street은 57층 250미터 높이의 초고층 단일 아파트입니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가 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독특한 모습은 고층아파트가 가지는 조망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개별주거단위를 쌓아 올리는 개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평면을 살펴보면 외부공간과의 연결과 개별 주거의 독창성을 고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 테라스 계획과 창문의 비율은 공간 안에 있을 때,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출처 : Behnisch Architekten homepage)
독일 함부르크 옛 항구에 위치한 Marco Polo Tower는 15층 높이의 단일 아파트입니다. 독일 건축가 Behnisch Architects가 설계한 이 건축도 주거공간이 외부와 적극적으로 연결된 개념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물결치는 외부 테라스 공간은 조망과, 처마라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합니다. Marco Polo Tower의 평면은 아주 다양하여, 거의 같은 평면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소개한 2개의 고층 아파트들은 문화적인 도시인프라가 확실한 뉴욕이나 함부르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들은 공동체 주거로 인한 커뮤니티를 가지기 보다는 높은 수준의 개인 주거 환경을 가지면서, 도시 속 커뮤니티로 확장되는 개념을 가집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아파트의 방향성
(출처 : 백사마을 공동주택단지 설계콘소시움 제공_솔토지빈, 건축공방, 매트, 가아건축, 창조, 감이디자인랩)
한국 아파트는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까요? 앞에서 소개한 자율적인 공동체 활동과 고층아파트가 가지는 다채로운 개인 주거 환경이 함께 제공되는 것은 어떨까요? 작년에 서울 중계본동에 위치한 백사마을 공동체주거 국제공모전이 있었고, 5개의 건축가로 이루어진 컨소시움에서 작업한 설계안이 당선되어 2,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큰 특징은 예전에 있었던 길과 자연을 존중하고, 지상층에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일률적인 아파트 평면이 아닌, 다양성이 있는 개인 주거 공간을 설계하는데 있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읽고, 우리의 아파트 문화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파트가 주거를 기반으로 한 작은 마을들을 이루게 하는 것이며, 여기에 다양한 문화 요소가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입니다. 이를 고민하는 건축가들의 더 많은 참여를 통한 아이디어와 함께 더 나은 삶의 장소가 되는 아파트 주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