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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음악 돋는 삼성물산 인턴 체험기

Trusted Builder/회사 이야기

by 삼성물산건설부문 2011. 8. 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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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서초사옥으로 출근 하던 날, 402번을 타고 사무실로 갈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 가는 나를 강남역까지 바래다 주던 파란 대형차는 이제  말로만 듣던 회사라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버스에게 살짝 배신감마저 들었다. 
 
첫날에만 느낄 수 있는 의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무더운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어느새 와이셔츠는 땀에 젖어가고 있었다. 자꾸 1)거울 확인하고 싶어졌다.


 귀에 이어폰을 우겨 넣고 음악의 힘을 빌려 그 심상치 않은 기류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시선은 이미 나에게만 향해 있는 느낌이었다. 뭘 잘못 입은 건 아닐까, 이런 가방을 매면 안 는 걸까. 장마철이긴 했지만 우산을 타고 뚝뚝 흐르고 있는 것은 단지 빗물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을 향
해 처음 발걸음을 딛는 '인턴'이란 두 음절의 어색함도 같이 바닥에 스며들고 있었다. 몸에 길들여지지도 은 비즈니스 룩을 입고 민망하게 서 있던 그 때, 마치 발에는 2)쇠사슬에 금속구가 달린 족쇄가 채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새벽부터 사회라는 전장에 편입되기 전 운 좋게 주어진 4주간의 리허설을 시작했다.



 #2

 생각해보면 연수원을 들어가던 날의 밤은 쉽사리 들지 못했던 것 같다. 4박 5일간의 연수로 과정이 시작된다는 것 자체가 금시초문이었다. 며칠 전 목적지가 적힌 이메일을 확인한 뒤로 조금씩 신경이 곤두서더니 결국 출발 전날엔 누구처럼 3)“밤을 제대로 보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라고 되뇌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버스에 몸을 싣고 지리산 근처에 위치한 산청에 도착해 열 명이 넘는 팀원들과 부대끼기를 일주일.
 프레젠테이션 및 UCC와의 전쟁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대가로 모두들과의 인연
을 친분으로 환원시킬 권리를 얻었을 무렵, 대부분 삼성전자 소속이었던 탓에 모두들 수원에 가 버리고 다시 혼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불쌍한 삼성물산(건설) 인턴사원의 운명이란 걸 알게 되었다. 오호 통재라...

 

 다행히도 다시 시작된 일주일의 본사교육은 더 큰 애착을 갖게 할 대상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나를 더욱 기쁘게 했지만. 교육을 받고 현장 견학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나를 포함한 동기들은 마치 오래 본 사람들처럼 편하게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같은 입장에 있다는 공감대가 통이 불가능한 진공상태를 서로의 호흡으로 메워 나갈 수 있게끔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 언제 봐도 신기하다. 
 월요병이 아직 남아있는 탓에
 항상 멍하니 바라보았던 4)붉으스름한 하늘의 화요일 마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무엇보다 내가 놀지 않고 사회 나갈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구나 라는 안도감에 맑게만 보였다. 사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경쟁체제에서 남보다 조금 앞서 나가고 있다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방심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것도 같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설현장 견학, 처음 써보는 안전모에 모두들 어색한 듯.

 

 

 

일주일동안 준비한 연극을 보여주기 위해 모여있는 우리들


 

 정신이 퍼뜩 들기 시작한건 부담 없이 고등학교를 다니듯 보냈던 한 주간의 교육기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시계가
 5)12:00 정각에 가까워질수록 격렬하게 뒤섞이는 설렘과 두려움, 기대감과 한숨이 서로를 향 웅성거림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공유한 시간은 짧았지만 어느새 순간순간이 추억이었다. 잠시 후 한 명씩 선배님들의 안내와 함께 흩어지는 동기들의 뒷모습이 실무기간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다. 내가 3주간 일하게 될 곳은 9층 홍보팀이였다.



 

#3.

첫인상은 진짜 그냥 말 그대로 'This is the 사무실'이었다. 뭔가 치열하면서도 삭막해 보이는 황량한 서부의 풍경 같기도 했고. 첫 배치 받은 금요일은 정말 6)아무도, 아무 하지 않고 줄곧 자리에만 아 있었다.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마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그런 분위기. 남자라면 공감할 테지만 마치 이등병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과연 이 곳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일까라는 생각 반. 같이 경영지원을 희망했던 형들이 19층이었던 것에 비해 나 혼자 9층으로 가게 된 것에 대한 원망 반. 그렇게 내 머릿속은 정확히 둘로 나누어져 있었다.


 홍보라는 업무는 생각과 다른 면이 많았다. 프로모션을 문장으로 풀어내자면 '효과적인 마케팅을 동원한 일방적 주입' 내지는 '반복을 통한 세뇌'라고 생각했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활성화로 상호 소통이 중요해진 2011년 건설회사 홍보부의 모습은 트위터 계정도 없는 나같은 7)디스커뮤니케이션(Discommunication) 특기자에게는 새로움과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한 언론사와의 접촉, 광
고문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직원들의 자부심 재고 등 많은 방면의 업무들이 활동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비록 큰 업무를 맡지는 못했지만 회사에서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알아야 하는 부서인 만큼 전반적인 것들을 한눈에 넣을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이쯤되니 다른 부서에 있는 동기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졌다.

 


1. 어떤 부서에 있었어?

2. 무슨 일을 했는지?

3. 소감.

 

 

 







황시내, 25세

 

1. 삼성물산 서초사옥 8층에 위치한 글로벌 마케팅 사업부내 글로벌 마케팅 전략팀에 있었습니다

 

2. 아직 삼성물산 건설분야에서 진출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 진출 매력도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 동향을 살펴보고 건설 시장 전반을 조사하면서 신규 시장으로 진출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팀이에요. 그 중에서도 저는 약 2주간 요르단 시장을 살펴보았습니다.

 

3. 아직 부서에 배치 받은 지 2주 반 가량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인턴이 끝나다니 아쉽고 섭섭하네요. 처음에는 다른 분들이 너무 바쁘셔서 사무실에 멀뚱 앉아 있었고, 외국인 사원이 많아서 조금 생경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 잘 적응해서 입사한지 3개월쯤 된 신입사원인 줄 아시는 분도 있어요... 하반기에 빨리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야겠어요!

 

 







 정인황, 26세

 

1.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사팀 채용파트에 있었습니다.

 

2. 주로 신입 채용과 관련된 업무를 보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한국어 경진대회 (Global Internship Korean Competition) 준비였는데 겉보기에는 별로 할 일이 없어 보였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 우선 삼성물산에서의 인턴은 저에게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인턴을 통해 평소 제가 모르고 있었던 저의 모습과 능력을 많이 알게 되었고 또한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3주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지만 많은 것을 얻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 다시 돌아와 제가 받은 이 고마운 마음을 반드시 보답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김혜련, 25세

 

1. 개발1본부 개발마케팅전략팀에서 인턴사원으로 3주간 일했습니다.

 

2. 개발마케팅전략팀에서 마케팅파트는 주로 개발사업의 마케팅 측면에서 수익구조나 시장배경에 대해 조사하며 F/S를 실시합니다. 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는 못하였지만 테넌트 및 시장 데이터 조사/분석 등을 수행하면서 조금은 부서가 진행하는 업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3. 벌써 헤어져야 한다니!!!!! 너무 아쉬워요ㅠ 다들 너무 재미있으시고 잘해주셨는데~ 마음만은 벌써

신입사원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일하시랴 저 챙겨 주시랴 다들 너무 감사 드려요. 당장 다음주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뭘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신입사원이라면 이런 고민 안 할 텐데 말이에요. 지금 앉은 이 자리에 다시 앉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화이팅!^ㅠ^

 


 








윤태경, 28세

 

1. 삼성물산 건설부문 재경팀 자금파트에서 근무했습니다.

 

2. 자금파트는 크게 국내자금, 해외자금, PF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돈을 다루는 부서이다 보니 대외비가 많아 주요 업무에 투입될 수는 없었지만 작게는 전표정리, 업무자료찾기부터 크게는 자금집행 process, PF의 대략적인 내용, 해외자금업무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3. 이제 막 적응하고 있었는데 벌써 끝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사회생활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세한 것 하나까지 알려 주시고, 도와주신 여러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우리 '11년 인문계 인턴동기들! 내년에 다같이 다시 이 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일과가 끝나고 나름 열심히 했다며 8)"수고했어 오늘도"  한마디 불쑥 건네주던 고마운 우리 동기들,


내가 바라본 삼성물산이라는 곳은 더욱 커나가려 웅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된 예비과정이었지만, 그 기개 넘치는 포부와 꿈이 나를 그 성장과정에 동참하고 싶게끔 만들어 놓았다.
 9)전기가 없는 도시멋진 건물을 짓고 빛을 내어 주는 것처럼, 그렇게 회사가 성장함과 동시에 세계 곳곳에 기업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새겨 내려 하는 이 곳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빈 여백에 새를 그려 넣는 것만으로 그 하얀 바탕은 자연스레 하늘이 된다고 했는데, 나란 사람을 그려넣음으로써 더 큰 글로
벌 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동시에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4.

 사실 인턴을 하면서 내 자신이 < 체험 삶의 현장 >이라는 프로그램의 출연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둘 다 짧은 기간동안 얕게 근무하며, 원래부터 조직원이었던 것처럼 행동을 하게 된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난 그 돈을 남이 아닌 나에게 기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실무 3주, 전체 5주라는 기간은 딱 알맞던 것 같다. 만약 내가 2달 가까이 근무했다면 자만심에 빠져 앞으로 있을 전형 준비에 소홀했겠지. 더욱이 아무 것도 모르는 인턴 기꺼이 한자리를 내어 주시며 서투른 모습을 어르고 달래 가르쳐 주신 10)나의 영웅과도 같은 사무실의 많은 분들과 헤어지는 것이 더더욱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면접을 준비할 때 느끼는 그 허무감과
 의욕상실에서 빠져 나오는 것 또한 큰 과제였을 것이다. 이제 끝날 즈음이 되니 남보다 앞서 있다는 안도감 대신 현실에서의 긴장감이 내 몸에 다시금 흘러야 할 때임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지금 나는 딱 적당한 만큼의 동기부여를 받았고 좋은 경험들을 쌓았으며 내가 '왜' 이 곳에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의 윤곽 또한 얻었다. 짧은 시간이었어도 어느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뭐 돌아다니는 여행만이 여행이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8월은 어떤 애니메이션 제목처럼 초속 5cm로 지나갈 것만 같다. 벚꽃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속도, 그렇게 쏜살같지는 않지만 결코 붙들기 쉽지 않은 빠르기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난 다시 한 번 숨차게 뛰어야 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삼성물산을 향한  번째 라운드는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지만, 더욱 즐겁게 치열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한 달하고도 5일간의 과정이 나에게 가깝고도 정확한 길을 알려 주는 이정표를 세워주었기에.

- written by 황선업(삼성물산 건설부문 홍보팀 2011년 하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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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카스텐 - 거울(2010)

: 개인적으로 2008년의 <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군 휴가중이었기 때문도 아니고, 혼자 갔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바로 '거울'이라는 노래와 국카스텐이라는 밴드를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이미 인디와 오버를 아우르며 군계일학의 아티스트가 된 그들은 첫 무대부터 사람을 사로잡는 방법을 아는 뮤지션이다. 절규하듯 노래하는 하현우와 싸이키델릭의 향수를 그대로 품고 있는 전규호의 거친 기타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앙상블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곡은 그 꼭지점에 있다.

 

2) 빅 브라더 앤 홀딩 컴퍼니(Big Brother & Holding Company) - Ball & Chain(1968) 

: 60년대 활동했던 싸이키델릭 밴드. 보컬인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은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여자의 성역을 파괴함과 동시에 블루스와 싸이키델릭을 모두 움켜쥐고 있던 거친 육성은 약물중독으로 27살의 나이에 세상을 뜬 그의 과격했던 삶과 닮아 있다. 1967년 < 몬트레이 팝 페스티벌 (Montrey Pop Festival) >에서 보여 주었던 광기 어린 가창은 히피정신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한 번쯤 찾아서 볼 것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덧붙여, 라이브 중 입을 헤 벌린 채 넋 나간 듯 쳐다보고 있는 선글라스 낀 여인은 'California dreamin''으로 유명한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and Papas)의 캐스 앨리엇(Cass Elliot).

 

3) 존 레논(John Lennon) - Whatever gets you through the night(1974)  

: 존 레논이 오노 요코를 죽도록 사랑했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지만 그런 그들도 부부싸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참고 참았던 존 레논이 결국 별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잠시동안의 헤어짐 동안 얻었던 것은 술, 그리고 외로움 때문에 잠들지 못해 읊조릴 수 밖에 없었던 '밤을 제대로 보내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Whatever gets you through the night!)'라는 구절을 모티브로 만들어 낸 이 곡이었다. 참고로 존 레논의 빌보드 No.1은 단 두 곡뿐인데, 하나는 이곡,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가 사망한 해에 발매된 < Double Fantasy >의 수록곡 '(Just like) Starting over'다. 폴 매카트니의 대중적 성향과는 반대로 사회적 노선을 걸으며 비틀즈의 꼬리표를 완벽하게 떼어버린 유일한 멤버가 되었다.

 

4)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 Ruby Tuesday(1967)  

: 영국 밴드들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을 가리키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세 축 중 하나. 다소 블루지한 성향 때문에 국내에서는 비틀즈는 물론이고 나머지 한 축인 후(The Who)보다도 변방으로 밀려 있는 밴드이다.(그놈의 CSI 때문에...) 이 곡은 'As tears go by', 'Angie'와 함께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곡으로 통한다. 아마 발라드라는 것이 주효했을 듯. 루비 튜즈데이는 자신들을 쫓아 다녔던 한 여성 팬에게 붙여 준 애칭이다. 화요일하고는 관계없다.

 

5) 칵스(The Koxx) - 12:00(2011)

: 국내 가수들 중 '올해의 신인이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아직 2011년이 5개월이나 남은 것과는 관계없이 칵스를 꼽겠다. 록이면서도 댄서블한 리듬을 포용하는 등 일정 범주에 머물지 않는 음악 스타일은 록 마니아와 클러버 모두를 만족시킬 만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한 사운드는 외국에서 먼저 호응이 와 해외출장 역시 잦은 팀이다. '열두 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라는 동요가사를 누가 이렇게 세련되게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지지 부진한 인디 신을 깨운 수탉같은 팀.

 

6)  박정현 - 아무말도, 아무것도(2000)

: < 나는 가수다 > 이전의 박정현은 '꿈에'라는 곡과 일맥상통했다. 말인 즉슨, 가수가 노래고 노래가 곧 가수였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곡 때문에 다른 좋은 작품들이 묻혀 버린 경향도 있다. 3집에 있는 유희열과 호흡을 맞춘 이 곡이 그러한데, 4집의 '미장원에서'와 '생활의 발견', 5집의 '미아'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보컬의 힘만으로 기승전결을 진두 지휘하는 그에게 '보컬리스트'의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처음으로 생각하게 만든 트랙이다.

 

7) 9미리 파라블럼 블릿(9mm Parabellum Bullet) - Discommunication(2007)  

 7월 29일 지산 록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일본의 4인조. 그룹명처럼 강하고 날 선 사운드와 과격한 퍼포먼스가 트레이드 마크인 실력파 뮤지션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급격한 전개의 유연함이 농도 짙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며, 3분여의 짧은 시간동안 기타는 리프와 솔로 프레이징을 급격히 넘나들고, 드럼 또한 일정한 리듬을 한 소절 이상 지속시키지 않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구성을 즐긴다. 트랙 하나하나 절대 무난하게 가지 않겠다는 야심이 숨어 는 정체성 강한 밴드. 혹시라도 금요일 밤의 지산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하이라이트가 되리라 자신한다.

 

8)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2011)

: 휴식같은 음악을 하는 2인조 여성그룹. 피아노를 주축으로 어렵지 않게 풀어가는 멜로디와 화음, 20대들이 공감할 만한 가사들로 자신들만의 청춘찬가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 매력적인 목소리 때문에 고정 게스트로 나오는 라디오를 챙겨 듣는 이 또한 많아지고 있다. 단순하고 쉽게 만든 듯 하지만 두 명 다 작곡 전공인 만큼 배운 사람 티가 나는 코드 워크와 화성을 보여 준다. 말 그대로 깨알 같은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는 소소한 이야기꾼들이다. '수고했어, 오늘도'는 퇴근길에 들으면 힘이 부쩍부쩍 나는 소리로 된 비타민 C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9) 도쿄지헨(東京事變) - のない都市(전기가 없는 도시)(2011) 

: 양국간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시이나 링고가 영 못마땅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녀를 주축으로 결성된 이 5인조의 음악성 하나는 엄지손가락을 지켜 올릴 만 하다. 탄탄한 연주와 짜임새 있는 편곡, 독특한 보이스컬러와 귀에 박히는 선율, 어느 하나 나무랄 곳이 없다. 정말 '음악 진짜 잘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밴드가 내놓은 최신작 < 大發見(대발견) >의 수록곡. 발라드도 자신들의 색깔로 버무리는 솜씨가 '역시'를 연발케 한다.

 

10) 이승환 - 나의 영웅(1999)

: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승환은 거의 로커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발라드 가수지만, 이 노래가 나올 때만 해도 그 뒷면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앞서 '붉은 낙타'가 있었음에도 '가족', '천일동안' 등으로 쌓아올린 서정적 이미지에 쉽사리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결국 이후로 계속해서 이승환은 대중이 원하는 음악과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모두 담아내는 강수를 두었고, 결국 '둘 다 잘하는' 전천후 공연형 가수로 거듭나게 되었다. '나의 영웅'은 그 과도기 때 나온 명곡이다. 한편의 영화같은 구성을 접하고 있자면 스펙터클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을 터. 마지막에 터져 나오는 합창은 이 때의 이승환을 그립게 만든다. 요즘은 왜 이렇게 감이 떨어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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