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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에서 여직원으로 살아가기

Trusted Builder/회사 이야기

by 삼성물산건설부문 2011. 4. 1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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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교육 공지가 뜬걸 보면서 내가 입사한지 얼마나 되었더라...를 따져보니,


벌써 8년차 직장인이다. 입사해서 10개월 가까이를 교육을 받았고(진짜 축복받은 44기다 ^^),


반도체 현장에서 2년을 있었고, 건축사업본부 초고층팀에서 2년을 보냈고,


주택사업본부(지금은 주택사업부)로 옮겨서 구조팀에서 3년째를 보내고 있다.

 

 

 

어렸을 적의 나의 꿈은 마당 넓고 연못있는 드라마에 나오던 부잣집 같은 삼층집을 지어서

 

부모님 한층, 나 한층, 내동생 한층 주고 사는 거였다.

 

말이 씨가되듯, 자연스레 건축과를 희망하게 되었고, 건축공학과를 나와서 건설회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건설현장이라면 막노동이라는 말과 함께 거칠고 배움이 짧은(?) 사람들만 있을 것같은

 

인식이 일반적이라서, 내가 건설회사에 지원한다고 했을때 잘모르시는 어른들은 걱정도 많이 하셨다.

 

면접에서도 현장에서 울거나 그러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던 기억도 난다. ^^

 

난 오히려 씩씩하다는걸 보여주려고 면접 준비하면서 마라톤도 혼자 신청해서 뛰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입사에 성공해서, 10개월간의 교육이 끝나고 현장배치를 위해 면담을 했을때,

 

난 과감하게 반도체 현장을 지원했다.

 

당시만해도, 반도체현장은 신입사원들의 무덤(?)이라 불릴정도로 다소 기피하는 현장이기도 했고,

 

돌관으로 진행되느라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고, 여직원은 한명도 받아본적이 없는 지방현장이었다.

 

면담에서 안된다고 하시면서, 왜 지원하려하느냐고 물으셨는데,

 

'첫현장을 가장 힘든 현장에서 경험하면 나중엔 어떤 현장이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원하는 현장을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다소 기분이 침울해져 집에 가는길에 전화한통을 받았다.

 

숙소도 제공안되고, 힘들텐데 괜찮냐 하시는 말에 당연히 좋다고 대답하였고, 나의 현장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난생처음 자취를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선크림하나 달랑 바르고, 작업복에 커다란 안전화를 신고,

 

근처에서 자취하시는 대리님 차를 카풀하기위해 추운데서 동동거리고, 작업복에는 페인트를 덕지덕지 묻혀다니고

 

머리는 늘 눌려서 떡져있고, 자정전에 간신히 퇴근해서 잠만자고 나오는 생활에, 한달에 잘해야 4일 휴무를 했어도

 

원하는 현장에서 근무한다는 생각과 신입사원의 군기꽉잡힌 마인드로 나름 즐거웠던 생활이었다.


                        [현장에서 산행갔을 때 사진-산행도 정신력으로 쉬지도않고 올라갔다^^]

 

물론 요즘 현장들은 여직원들이 워낙 많아져서 탈의실이나 숙소도 잘되있는 데가 많다.

 

여자기사가 현장에 왔다고 신기해하는 작업자분들도 이제 거의 없을 것이지만, 그때만해도 여자기사를 처음본다면서

 

"아가씨, 커피하나 마시고 가.", "아가씨가 힘들게 현장에를 왜 나왔어?" 등등 날보면 다들 신기해하셨다.

(한번은 내장 마감 작업자 아저씨가 고생한다고 쿠션선물도 해주셨지만, 정직(?)하게 받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날보고 현장에서 먹히는 스타일이라고 한참을 놀렸다.^^;;)

 

워낙 현장 여직원이 귀했고, 특히나 돌관현장에서 일한다는 소문에 홍보팀을 통해 EBS 프로에 섭외도 왔었다. ㅎㅎ

(현장 촬영을 해야 하는데, 절차상의 문제때문에 아쉽게 불발이 되었다.ㅋㅋ)

[현장에 있을때, 내 자리였다. ^^]


특유의 하이톤의 목소리로 현장에서 업체소장들과 잘싸우는(?) 걸로 악명이 높아갈때쯤^^;,

 

남자친구(지금의 남편^^)의 강요에 못이겨, 결혼을 하게 되었다.

 

현장에서는 나의 갑작스런 결혼 소식에 속도위반이냐, 무슨일 있냐 난리가 났었다.

 

자취방에서 신혼집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외에도, 현장에서의 변화도 있었다.

 

현장소장님의 특별 배려.... 앞으로는 내근을 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혹시 모를 임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셨으리라 짐작이 되지만,

 

그당시엔 다소 서운하기도 했다.

 

소장님 및 공사팀장님은 내가 곧 본사에 갈사람이라고 항상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지금와서 보면, 실제로 얼마 안있어서 본사에 오게 되었고, 지금도 본사에 있다.

 

 

 

많은 여직원들이 현장 경험 후에 본사에 배치된다.

 

특히나 예전엔 결혼하거나 현장에 일정기간 있으면 본사 배치가 당연한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현장이 중심이 되는 건설회사에서 여직원들을 무작정 본사로 배치하기에는

 

본사 TO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엔 현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직원도 있고,

 

현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직원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임신한 경우, 안전을 위해 내근직으로 바꾸고, 근무시간에 제한을 둔다.)

 

 

지금은 아이를 낳고 워킹맘의 대열에 들어섰다.

 

솔직히 현장보다 본사가 육체적으로 편한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본사도 나름 야근과 많은 서류들로 임신기간 내내 편하게 있지만은 않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태교한번 제대로 못해준게 아들녀석한테도 미안하지만,

 

다른 회사 또는 다른 업종의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삼성만큼 여직원에 대한 배려가 많은 회사도 드물다는걸 알게 되었다.

 

성별 구분없이 많은 여직원들을 채용하고 있고,

 

현장배치시에도 본인의 요청이 있으면 가급적 집근처로 고려해주고,

 

임신했을 경우, 법적 모성보호에 의해 내근 및 근무시간 단축이 적용되고,

 

출산후에도 산전후 휴가 3개월 이외에도 휴직하시는 분들이 요즘은 많이 있을정도로 보편화되고 있고,

 

모유수유하는 엄마들을 위해 모성보호실도 잘~갖춰져있다.

 

특히나 모유수유중인 워킹맘으로써, 주위에서 많이 부러워하셨다.

                    [신입사원 교육중 ~ 사진에 있던 여자 동기들은 지금 다~ 본사에서 근무중이다. ^^]

 

남들과 다르다는게 약점이 될수도 있지만, 자신만의 강점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건설회사에서 여직원으로 일한다는건........

 

외모가 멋진 커리어우먼은 아니지만,

 

남들과 다른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고, 땀의 가치를 느낄 수 있으며

 

내가 만든 건물이 멋지게 서있는 모습을 자랑할 수 있는, 경력이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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