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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인터뷰] 삼블리가 만난 사람 – 조경전문가 박유정 수석 “조경은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종합과학기술”

Trusted Builder/물산人터뷰

by 삼성물산건설부문 2018. 7. 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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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학생기자단 8기 유하은, 이아로, 최연희, 조영규 기자입니다. 오늘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조경전문가 박유정 수석님 인터뷰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박유정 수석님은 2010년 삼성물산에서 조경부문 '기술 명장'으로 선정되실 정도로 탁월한 전문성을 갖추고 계신 분입니다. 과거에는 미개척 분야였던 조경의 길을 25년 가까이 묵묵하고 성실하게 걸어오신 수석님만의 경험과 철학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박유정 수석님과의 인터뷰 현장 속으로 떠나볼까요?


Q1)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삼성물산 건설부문 빌딩사업부 토목/조경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유정 수석입니다. 저는 94년도에 삼성물산에 입사해 96년부터 조경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건설회사에서 여자 엔지니어로서 일하기에 어려운 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삼성물산만의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조직문화 덕분에 성별에 대한 편견 없이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Q2) 조경업무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수석님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아침에 출근하면 우선 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시작합니다. 업무 특성상 여러 부서와 정보공유, 기획 등의 관련 회의가 자주 있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브리핑 등도 진행합니다. 설계사무소의 설계안을 수정하고 피드백도 주고받으며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2~3일은 현장에 갑니다. 조경 업무는 현장의 상황을 보지 않고서는 일을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현장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바로 의사 결정하기도 합니다. 


Q3) 미개척분야를 전공하셨기에 어려움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 국가가 성장하고 국민의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조경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을 보면 조경가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한데요. 제가 조경학과에 입학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조경에 대한 관심은 적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말 청계천 프로젝트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면서 조경가의 역할이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 플랜을 짜고, 단지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Q4) 현장에서 타 공종과의 협업 과정에서 조경 분야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건설이라는 상품 자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 공종만 해도 수십 가지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는 없죠. 건설회사의 조직문화 특징이기도 하고 건축이라는 상품의 특징이기도 한데 주변 사람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조경은 법적으로도 그렇고 공사순서로도 공정의 마지막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건축, 전기, 설비, 토목 등 여러 공종과 협의하고 정리를 해나가며 ‘코디네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자기 목소리만 내면 현장이 잘 운영될 수 없어요. 꼭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지원부서 업무도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과 업무를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했던 설계 수업이 있었어요. 대학원 내의 건축, 인테리어, 도시계획, 조경 등을 전공한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항상 조를 짤 때 전공이 다른 친구들끼리 짜라고 하셨어요. 당시 저희는 서로 다른 전공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가르쳐주면서 과제를 진행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정이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건설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 그리고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 그리고 협업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Q5) 건축은 캐드나 3D툴 등을 주로 사용하는데, 조경 작업에서 사용하는 툴은 어떤 것이 있나요?


조경가도 건축과 같이 캐드를 사용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손으로 제도를 했는데 이제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캐드, 스케치업, BIM 등을 사용합니다. 그림으로만 하는 것이 아닌 3D를 통해 직접 나무와 나무 사이, 나무와 건물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고 파악하는데요. 최근에는 환경해석프로그램 등을 통해 바람이나 환경적인 측면도 고려하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Q6) 수석님께서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조경, 즉 조경의 ‘대중성’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고 있나요?


일반적으로 내 집 인테리어는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조경은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외부공간이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고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소비자나 대중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고, 조경 자체에 대한 환경적인 스터디도 충분히 해서 기후와 환경에 적합한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특히, 조경하는 사람은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이나 문화적인 트렌드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조경은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종합과학기술이라고 해요. 미술작품이 나의 그림을 좋아하는 특정인 또는 소수의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조경은 모든 사람이 느끼고 평가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관심사가 뭔지 항상 귀 기울여야 합니다. 삼성물산에서는 정기적으로 고객 트렌드를 조사하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피드백을 받기도 해요. 어떤 점이 맘에 들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또한 직접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유지 관리 중에 파악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체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조경 공간이 대중성을 갖춰야 하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래미안 아파트의 경우 입주할 다양한 연령대와 가족의 구성원을 항상 조사해요. 만약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주로 사는 곳이면 주로 차를 이용해 지하로 출퇴근을 하므로 지상에 올라올 일이 잘 없습니다. 이런 공간에 텃밭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을 수 있죠. 사내 옥상정원은 일반 시민들이 아닌 직원들만을 위한 공간인데 직원들에게 적합한 조경을 통해서 직장인들의 힐링 스페이스로 만들기도 해요. 


Q7) 올해의 소비자, 나아가 미래의 조경 트렌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올해의 트렌드는 ‘소확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내가 비싼 돈을 들여서 좋은 것을 사거나 좋은 곳에 가지 않고도 하루하루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나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고 있어요. 그래서 퇴근하고 제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인 집이 곧 개인의 작은 행복과 연결이 되죠.


집에 갔을 때 근사한 수영장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들어가는 입구에 정말 예쁜 꽃이 있을 수도 있고, 작은 개울이 있다던가 이웃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등의 사소한 것들이 삶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 돈을 많이 들여 멋진 건물을 지으면 좋겠지만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작은 것들을 잘 가꾸고 다소 소외됐었던 공간을 아이디어를 내서 꾸미면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좋은 장소가 될 거에요.


Q8)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광교호수공원이라고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광교호수공원은 참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광교호수공원은 삼성물산이 시공한 가장 큰 규모의 호수공원인데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좋은 결과물이 나왔고 주변 주민들이 좋다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광교호수공원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있었습니다. 그 지역이 원래 저수지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공사 중 어느 추운 겨울날 저수지의 물이 꽁꽁 얼자 그 지역에 오래 사시던 할아버지께서 썰매를 가지고 오셔서 스케이트를 신으시고 예전 기억을 추억하며 타고 계셨어요. “내가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 타던 곳에 나무도 많이 생겨나니 좋네”라고 말씀하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어르신들의 과거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가 있었어요.


사실 이런 것들이 조경전문가에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지금 사는 동네에 가보면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이 있잖아요. 과거를 다 지우고 새롭고 근사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그 장소만이 가진 역사나 스토리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선유도 공원이나 경의선 숲길처럼요. 그곳에 가면 사람들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처럼 조경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9) 최근 들어 조경은 외부에만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울시 신청사의 Green wall처럼 실내에도 적용한 사례가 있는데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실내에 식물을 심으면 좋은 공기도 나오고 장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기본적으로 빛과 물, 공기의 대류가 필요해요. 서울시 신청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식물을 내부에 심으면서 ‘식물 입장에서’ 우리가 충분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서울시 신청사 때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Green wall에 적합한 유지관리 방법과 식물의 종류를 잘 찾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들었고, 지금도 많이 자란 부분들을 잘라서 조그마한 화분에 담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사도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요즘에는 미세먼지나 자외선을 줄여 줄 방법으로 조경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조경이 벽면녹화, 옥상녹화 등 보다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 점점 늘어나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Q10) 조경 분야 전문가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까지 삼성물산이 시공한 많은 건물이 있는데요. 수많은 건물의 조경공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는 것에 보람이 있고, 주변 지인들이 직접 가서 본 후 좋은 평가를 해주실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또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그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 역시 행복합니다.


Q11) 조경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최근에는 학문의 융복합이 중요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페셜리스트’를 넘어서 ‘제너럴리스트’가 되라는 말입니다. 스페셜리스트는 자신의 분야에 전문적인 사람이며, 제너럴리스트는 자신의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다방면의 지식을 갖춘 사람을 의미합니다. 다른 분야와 함께 일을 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서로 잘 융합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경가로서 갖춰야 하는 것은 비단 설계 능력 뿐 아니라 사회적인 트렌드나 학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과 자세입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는 열정과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특히 중요합니다. 제가 멘토링이나 재능기부에서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에 들어와 취직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이다.” 계속 본인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있어서 전문성을 갖추어 나가야만 회사생활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

 



Q12) 수석님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엇인가요? 


“이 세상에서 못 쓰는 풀은 없고 못 쓰는 나무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식물은 각자 자기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나무, 청 단풍, 영산홍, 철쭉 등 모두가 나름대로의 서로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잡초’란 표현은 우리 사람 입장에서 정한 단어에요. 아무리 작은 풀이나 나무라도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13) 마지막으로 조경이 사람에게 주는 힘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조경의 뜻은 ‘경치를 만들다’ 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가면 조경이 되어 있는 공간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때로는 삶의 활력을 받을 수 있잖아요. 작지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조경이 사람에게 주는 힘이 아닐까요?

 


"이 세상에 못 쓰는 풀은 없고 못 쓰는 나무는 없다." 


어떤 나무를 가장 좋아하시는지 여쭤보았던 삼블리의 질문에 수석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조경의 각 구성요소에 대한 애정이 깊은 수석님이시기에 들을 수 있던 특별한 답변인 것 같아 삼블리들은 이 부분에서 특히 인상적이었고 그 애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조경이 일상에서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 분야에서의 현장의 모습은 어떠한지 등 수석님의 생생한 경험들을 들으며 묻고 경청하고 배우며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한 카리스마가 있으셨던 박유정 수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블리는 '미개척 분야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이 있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 볼 것'이라는 교훈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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