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붉은 악마의 뜨거운 응원을 기억하시나요? 4강까지 진출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선전도 훌륭했지만, 건축인들에게는 전국 각지에 만들어진 월드컵 전용 경기장도 큰 관심사였답니다.
출처: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전주 월드컵경기장 조감도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전통가구의 하나인 소반 위에 방패연이 내려앉은 형태를 본떠 만들어졌고, 전주 월드컵경기장은 전주의 특산품인 전통 부채 합죽선 4개가 펼쳐진 모습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기장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지붕의 형태에 우리나라 전통의 아름다운 곡선을 디자인에 활용한 것입니다. 그럼, 수원 월드컵경기장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할까요? XD
출처: 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조감사진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2001년 완공된 수원 월드컵 경기장은 44,031명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 상암, 울산 문수 경기장 다음으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감사진을 보면 새가 날개를 펼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수원 화성의 건축적 요소를 일부 차용한 건축물 위에, 커다란 새가 날개를 펴고 내려앉아 관람석을 시원한 그늘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수원 월드컵경기장은 빅 버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D
출처: Wikimedia
경기장은 필연적으로 운동경기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관람석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지붕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지붕에 조형성을 더해 각각의 경기장이 특징적인 모습을 갖도록 한답니다.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은 한국의 아름다운 곡선을 살렸고,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철골구조물로 새 둥지를 연상케 하기도 했죠! XD
출처: Toyota Motorsports Gmbh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달릴 때 공기를 가르며 달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가정하는 실험을 위해 작은 자동차 모형이나 실제 차량을 가지고 풍동 실험을 실시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형태에 대해 연구합니다.
출처: 건축물 풍동실험
큰 규모의 건축물도 형태에 따라 도시적 차원의 공기 흐름에 영향을 미치거나, 바람에 의해 건물이 흔들거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건축물의 모형을 풍동에 설치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바람이 불 때 어떤 공기의 흐름이 생기는지 센서로 파악합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처럼 철골구조의 지붕을 가지는 경우에 지붕의 무게가 상당한데요. 이러한 경우에도 강한 바람이 불 경우를 대비하여 만들어져야 합니다. 때문에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지붕을 잘 살펴보면 V자 형태의 거대한 기둥이 지붕의 하중을 버티고 있는 동시에, 얇은 금속 줄이 지붕 끝을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무게를 견디는 압축재와, 구조물의 안정을 위해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는 인장재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이런 구조적인 역할을 이해하고 건축물을 살펴보면 각각의 부재의 역할이 눈에 보이게 되어 건축물이 명쾌하고 합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면 광장 바닥까지 이어진 이 인장부재들은 보행자가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혹은 홍보물로 커버되어 또 다른 역할까지 부여 받기도 했답니다. XD
누구나 어릴 적에 장난감 블록 놀이를 해봤을 것입니다. 구조를 하나 하나 점토로 만드는 것보다 블록을 쌓아서 만드는 것이 보다 빠르고 정확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계단처럼 만들어진 부재 위에 콘크리트 블록을 하나씩 올려서 만들어졌습니다.
형틀을 만들고 철근을 배근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굳힌 다음, 형틀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죠! B-)
수원 월드컵경기장 관람석 하부를 잘 살펴보면 모든 콘크리트 부재가 하나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구조물 위에 콘크리트 부재를 올려서 관람석을 만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프리패브리케이션 (Prefabrication) 공법이라고 하는데, 공장에서 각각의 부재를 생산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여 현장작업을 최소화하며 공사기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공법이죠!
출처: 리차드 의학연구소의 공사과정 & 성 이그나시우스 채플의 공사과정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Kahn)의 펜실베니아 대학 리차드 의학연구소나, 건축가 스티븐 홀 (Steven Holl)의 성 이그나시우스 채플도 각각의 부재와 그 연결부위가 눈으로 확인되는, 프리패브리케이션 공법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랍니다.
지금까지 박정연 건축가와 함께한 건축탐사에서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여러 건축적 특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경기장 같은 거대한 건축물일수록 건축 방법과 안전성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하는데요. 이 모든 요소들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건축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시공력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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